외국인이 44거래일만에 기관에게 ‘매수 바통’을 넘겼다.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차익실현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펀드 환매에 숨통이 틔인 투신도 연기금의 도움을 받아 바통을 넘겨받고 달리기 시작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44거래일만에 팔자로 돌아서며 오전 11시 현재 900억원 가까이 매도하고 있다. 반면 기관은 연기금과 투신을 중심으로 800억원을 넘게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선 이유는 차익실현 성격이 짙다. 외국인의 발빼기는 국채선물시장과 달리 현물채권시장에서 지난 8월부터 점진적으로 진행됐다.
이번 FOMC에서 테이퍼링을 지연하면 원화 강세 기조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수출주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 실적이 악화된다. 외국인은 최근 증시 비중이 큰 수출주를 중심으로 인덱스투자를 해왔다. 실적 모멘텀이 희석되고 있는 주식을 더 살필요가 없는 것이다.
반대로 외환당국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의 단기저점 인식이 형성되고 있는 점도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를 부추기고 있다. 추가적인 환차익 기대치가 약해지면서 외국인의 주식매수 강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국내금융시장에 투자된 해외자금이 유출되면서 금융시장이 단기적으로 트리플 약세(주가, 환율, 채권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것)를 보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준섭 동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는 구간”이라며 “달러-원 환율이 1150~1050원대까지 하락하는 구간에서 단기간에 많이 상승한 종목군을 중심으로 환차익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급격한 수급 전환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선 외국인이 급격하게 ‘팔자’로 돌아서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세원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 강도는 약해질 수 있지만 긍정적인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며“그들 입장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미국주식을 사기에는 부담스럽고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신흥국 주식을 매수하기도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한국 경제의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외국인의 투심을 자극할 것이란 설명이다.
오석태 한국S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신흥국 보다는 선진국형 구조에 가깝다”며 “한국의 펀더멘탈은 양호한 경제 성장률뿐만 아니라 경상수지,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때 탄탄하다”고 말했다.
기관의 경우 펀드환매가 계속되고 있어 투신의 적극적 ‘사자’를 기대하기도 힘들고 연기금도 연말까지는 관망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직까지 수급 무게중심이 외국인에게 더 쏠리는 이유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은 전고점 돌파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기금은 지수가 2050선 근처에 와 있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순매수 보다는 관망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