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전세자금 대출 규모가 전셋값 상승세와 맞물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8월 전세수요가 크게 늘자 전세대출 한도를 늘리면서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전세자금 대출 규모가 확대되면서 부자전세에 대출이 몰리는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전세자금 대출 확대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와 부자전세 등에 대해 긴급 점검에 나섰다.
25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우리, 하나,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신규 취급 전세자금 대출 규모는 4조281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조3342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순증한 것이다.
이 같은 상승세는 전세가격 급등과 함께 서울보증보험과 주택금융공사의 보증한도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 대출 규모는 올해 사상 최대치인 1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올 7월 말까지 무주택 서민에게 공급된 전세자금보증액은 6조93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고소득층에 공급된 전세자금보증액이 1년 사이 30%나 급증했다는 점이다. 저소득층은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치는 5% 증가에 머물렸다.
올해 1∼9월 전세자금보증 가운데 소득 수준 상위 20%인 9∼10분위에 나간 보증 공급액은 611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4688억원보다 30.4% 늘었다. 소득 수준이 하위 20%인 1∼2분위 서민들의 전세자금보증 공급액은 지난해 3분기까지 3조6004억원에서 올해 3분기까지 3조7991억원으로 5.4% 늘었다.
이처럼 전셋값이 고공행진하면서 대출시장에서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갖가지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나 금융당국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8월 전셋값 부담을 덜겠다며 출시한 ‘목돈 안드는 행복전세’의 은행권 실적은 저조하다. 신한, 국민, 우리, 하나,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이 상품 대출 실적은 37건, 22억2400만원에 불과했다.
한편 금감원은 전세자금 대출 잔액이 급증하고 있는 은행, 캐피털사, 할부금융사 등 전세자금 대출을 취급하는 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현황 점검에 착수했다.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대출 건전성 강화 등을 지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