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서 운영하는 총액한도대출이 ‘정권 맞춤형’으로 전락해 지원실적이 저조하고 실효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13일 한은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 받아 분석한 결과, 영세자영업자대출지원한도 및 기술형창업지원한도의 실적이 설정된 한도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은행을 통해 저리의 자금을 지원하는 지방중소기업지원한도의 대출 금리는 일반 중소기업대출금리와 사실상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높다고 꼬집었다.
한은의 총액한도대출 중 영세자영업자전환대출한도는 이명박 정부의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됐다. 저신용·저소득 영세자영업자의 고금리 이자부담을 저금리로 전환하기 위해 1조5000억원 한도를 뒀다.
그러나 올해 9월까지의 실적은 1333억원에 불과했다. 실적 부진에 따라 지난 4월 6등급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규정을 한시적으로 폐지하기도 했지만 월별실적은 오히려 줄었다. 이 때문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5일 한도를 5000억원으로 축소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한은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엔 창조경제가 국정목표로 제시되자 ‘창조형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며 올해 6월부터 3조원 한도의 기술형창업기업지원한도를 설정했지만, 이 역시 3개월 간 취급실적이 2842억원에 그쳤다.
지방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방중소기업한도(C2자금)의 경우, 6월 기준으로 금리가 연 4.68% 가량이었지만 이는 은행의 일반 중소기업 대출금리인 연 4.83%에 비해 겨우 0.15% 낮은 순이었다. 광주전남 지역은 대출금리가 연 5.19%로 일반 중기대출금리보다 오히려 높았다.
박원석 의원은 “한은이 정권의 요구에 실효성도 없는 총액한도대출을 우후죽순 격으로 급조하고 있어 제도의 필요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정부의 정책이나 국정기조에 따라 한은의 설립목적과 맞지 않는 총액한도대출의 한도를 신설하는 행태는 스스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스스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부 맞춤형 한도’는 폐지하고 중소기업 지원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