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폴터(37ㆍ잉글랜드), 리키 파울러(25ㆍ미국), 양수진(22ㆍ정관장)…. 이들의 이름 앞에는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필드의 패셔니스타’다.
구기종목과 달리 스스로 의상을 선택해 입어야 하는 골프는 실력만큼이나 패션 감각도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골프웨어가 경기력을 지배하기도 한다.
최근 골퍼의 평균 연령이 젊어지면서 골프웨어 디자인은 더 화려해졌다. 화려하고 세련된 골프웨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결국 ‘필드 위 패셔니스타’는 디자이너의 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화려함을 뽐낼 수 있는 직업이지만, 실제 골프웨어 디자이너들의 업무는 출장과 야근의 연속이다.
한승아 플레이보이골프 디자인 실장은 “많은 시간을 시장조사나 해외 출장에 할애해야 하고, 야근이 많아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일에 대한 열정과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업무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골프웨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의류학이나 의상학, 패션디자인을 전공해야 한다. 패션 관련 공모전 수상 경력은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에 많을수록 좋다. 손그림, 일러스트, 패션 캐드, 포토샵 등은 능숙해야 하며, 색채학, 패턴, 봉제기법 등도 익혀두면 도움이 된다. 거기에 문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뒷받침되면 디자인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 해외 출장이 많은 만큼 영어나 일본어 공부도 틈틈이 해두는 것이 좋다.
비전은 밝다. 국내 골프인구의 증가와 스크린골프의 활성화로 골프웨어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필드에서 젊어 보이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젊은 감각의 골프웨어를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골프웨어 디자이너가 주목받는 이유다.
그러나 골프웨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의욕만으로는 부족하다. 한승아 실장은 “기본적으로 패션에 대한 감각과 열정을 동시에 겸비해야 한다”며 “특히 골프웨어 디자이너는 색채감이 좋아야 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발빠른 시장조사 능력과 기능성 소재에 대한 지식도 겸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야근과 시장조사 등으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디자이너 10명 중 7~8명은 여성인 만큼 강도 높은 업무로 인해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스스로 체력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생산, 영업, MD 등 다른 파트와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골프웨어 디자이너의 연봉은 경력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신입은 2000만원 초반이지만, 8~10년차 팀장급은 5000만~6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되고, 실장급은 8000만~1억원 정도의 대우를 받는다. 상무급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1억~3억원이다. 그러나 신입 디자이너 10명 중 팀장 이상으로 승진하는 경우는 2명 정도에 불과하다.
골프웨어 이외에는 이직이 쉽지 않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골프웨어 디자이너는 기능성 소재, 활동의 체적화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골프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로의 이직은 자유로운 반면 남성여성복 업계에서는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