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가 분양시장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있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경기침체 및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정책적 과제와 맞물려 주변시세 대비 착한 분양가격이 정착되고 있는 반면, 정작 신규 택지지구 내 상가 분양가격은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 가격 내린 아파트 속속 분양 마감 = 실제로 주택시장은 판교와 광교에 이어 위례와 마곡 등 아파트 분양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가 신규 분양가 인하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달 12일 현대산업개발이 공급한 위례 신도시의 아이파크 청약 분위기를 살펴보면 특별공급을 제외한 373가구 모집에 6122명이 접수해 16.4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3.3㎡당 평균 1700만원 안팎에 공급되면서 인근 송파구 평균가인 2100만원보다 400만원가량 저렴하게 공급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청약가점제 폐지 전 공급됐던 판교 알파리움도 청약경쟁률과 함께 청약가점이 높았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판교 알파리움 1단지 당첨자 청약가점 평균은 72.5점으로 지난해 전용 85㎡ 초과 아파트의 청약가점 전국 평균이 38.5점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아파트시장 침체 속에도 불구하고 알파리움 청약 열기가 일었던 이유는 역시 가격 메리트에 있었다는 분석이다. 알파리움은 평균 3.3㎡당 1897만원으로 인근 백현마을 1단지 실거래가보다 300만~400만원 저렴하게 공급됐다.
일반분양 12순위 청약 경쟁률 2.37대 1을 기록하며 청약마감을 한 마곡지구도 분양가가 3.3㎡당 평균 1200만원대로 저렴했다. 인근 화곡동 우장산 아이파크e편한세상(전용84㎡) 전셋값인 3억1000만~3억4000만원선(3.3㎡당 평균 1270만원)에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점이 분양 성공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처럼 침체에도 불구하고 청약 열풍이 일고 있는 곳들은 입지와 인프라 등에서 선호도가 강한 지역이긴 하지만 결국 수요자의 선택은 주변지역이나 입지환경 대비 투자가치에 따른 가격 요소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 상가는 고분양가 여전해 ‘고전’ = 반면 해당 지역 내 상가 공급은 아파트 공급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과 공실 후유증을 겪었던 판교지역의 경우 먼저 개발된 상가들의 부진으로 나중에 개발되는 상가들이 자구적 수단으로 분양가 인하를 하는 곳이 늘고 있다.
그러나 가격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동판교역 인근 D상가의 경우 1층 전면 점포가 3.3㎡당 6300만~7800만원이고, 내부 2열 점포도 4400만원대로 분양에 난항을 겪고 있다. 또 다른 S상가도 1층 기준 6000만원선으로 가격이 비싸 계약률이 낮다.
최근 주거부문 청약 열풍이 일었던 위례신도시 H주상복합 상가는 청약마감이 계약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면서 완판이 미뤄지고 있다.
H상가의 경우 트랜짓 몰 인근 중심 로드상권으로 형성될 것으로 기대되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업종제한과 전용률 48.5%로 전용률이 약하다는 단점으로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드를 접한 상가의 경우 3.3㎡당 3500만~3800만원이었지만 전용률을 일반적인 55% 내외 수준의 근린상가로 바꿔보면 실질 분양가는 3.3㎡당 4270만~4630만원선으로 올라간다.
신방화역과 안양향교역, 발산역 중심으로 공급 준비 중거나 공급 중인 마곡지구 오피스텔 상가나 근린상가들의 경우도 상가 분양가격이 아파트 분양가격의 착한 가격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마곡지구 S상가는 3.3㎡당 3800만원이 기본 가격이고 위치가 좀 나은 곳은 4600만원 선에 달한다. 발산역 부근에 공급을 준비 중인 상가도 입지가 약한 곳은 3800만원 수준이고 입지가 좋은 곳은 4600만원 내외로 책정됐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가격이 정책적 화두가 되고 있는 아파트와는 달리 상가는 용지공급 자체부터 최고가 입찰 경쟁으로 공급돼 토지의 낙찰가가 높은 것이 분양가 상승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상가의 용지입찰 방식도 분양가 연동제와 같은 공급방식으로 변경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가정보업체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대표는 “개발 기대 지역의 경우 초기 기대감 상승으로 높은 분양가와 임대료 등이 형성되지만 대부분 임대료 거품이 1~2년 경과 시점을 지나면서 꺼지고 분양가 거품도 일부 걷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상가투자 시기 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