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국가재정에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적자예산을 짰기 때문이다. 세입예산 부족이 불보듯 뻔한 상황임에도 꺼져가는 경기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이다. 3.9%라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지나치게 낙관적이어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 부호가 찍혀 있다. 내년에도 저성장 장기화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올해와 같은 대규모 세입추경이 되풀이될 수 있을 것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26일 2014년 예산안과 함께 내놓은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관리재정수지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1.8%를 기록, 올해 본예산 보다 1.5% 포인트 떨어졌다. 이로 인한 재정적자는 25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이미 23조 4000억원의 재정 적자가 누적된 데다, 최근의 세수부진까지 더해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올해 본예산안의 34.3%에서 36.5%로 2.2%포인트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년 국가채무 규모 역시 515조원에 육박,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재정수지의 균형 수준인 -0.4%까지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대내외 여건 악화로 당초 내년으로 예정된 균형재정 달성은 어렵게 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20%대로 낮추겠다는 기존의 국가재정운용계획도 다음 정부의 숙제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제시한 2013~2017년 계획엔 내년 36.5%, 2015년 36.5%, 2016년 36.3%, 2017년 35.6%로 돼 있어 부채비율이 재정건전성 잣대인 40%를 위협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성장률 전망치를 내년 3.9%, 내년 이후 4.0%로 설정한 부분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예산안에 반영된 내년 전망치는 종전의 4.0%보다 다소 낮췄지만 내년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신흥국 성장 둔화 등 하방위험이 여전히 상존해 있어 지나친 장밋빛 전망이라는 비판의 소지가 크다.
문제는 낙관에 근거한 세입추정 위험하다는 것이다. 성장률이 전망치를 밑돌 경우 세입 마련을 위한 국채발행이나 세입추경이 불가피하다. 실제 성장률 하향 조정은 세입에 상당한 타격이 됐다. 2012~2016 계획에 나타난 국세수입은 2014년 238조9000억원, 2015년 259조1000억원, 2016년 280조4000억원이지만 2013~2017년 계획은 2014년 218조5000억원, 2015년 234조5000억원, 2016년 252조5000억원, 2017년 270조7000억원 등으로 20조원 이상의 차이가 생겼다.
지난해 이명박정부 역시 2013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올해 성장률은 4%로 예측했다가 이후 상황이 여의치 않자 2.7%로 하향조정하면서 이는 올 상반기 대규모 세입추경으로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가 또다시 MB정부를 답습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방문규 기재부 예산실장은 “내년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여 3.9%보다 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은 적다”면서 올해와 같은 세입추경 발생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