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 이후 대한민국 빵집의 최강자는 크라운베이커리였다. 한때 프랜차이즈 업소만 800개에 달하던 대형 빵집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윤영달<사진>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밀려 결국 왕좌 자리를 뺏기고 오는 30일 완전히 문을 닫는다. 법인 설립으로는 25년, 모태인 영일당제과 시절부터는 66년 만의 일이다.
크라운베이커리는 1996년 매출액만 약 1000억원에 달하며 가맹점 수 800개로 업계 1위였지만 2006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0년 매장 252개에서 2011년 160개, 2012년 97개로 감소해 현재 70여개 점포만 남았다. 매출액도 2010년 584억원, 2011년 427억원, 지난해 296억원으로 줄어들며 한해 수십억원의 적자를 냈다.
크라운베이커리가 경쟁에 밀려 적자가 누적되던 때 윤 회장은 부인 육명희 전 크라운베이커리 사장 대신 장남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이사로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이마저도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윤 회장은 크라운베이커리를 크라운제과에 합병시키기도 했다. 그러자 가맹점주들이 본사로 몰려와 윤 회장을 규탄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윤 회장은 장고 끝에 베이커리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론내렸다.
크라운베이커리가 폐업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업계는 크라운베이커리의 몰락이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데 입을 모은다. 경쟁 심화 등 경영환경이 나빠져 사업을 철수한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본질적인 원인은 ‘사람’을 잃은 것이 무엇보다 컸다는 지적이다.
크라운베이커리는 경영난이 계속되자 2011년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에는 파주공장에서 수십년간 경험이 있는 숙련공들의 희망퇴직까지 받았다.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몰려왔을 때 “경영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크라운베이커리에는 어려운 상황을 감내하며 회생을 위해 일할 ‘사람’이 없었다.
전 파주공장 근로자는 “수십년간 일해왔지만, 본사에서는 문제를 같이 헤쳐나가지 않고 무조건 나가라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숙련공들은 주변 중소 베이커리 업체로 뿔뿔이 흩어졌다”고 말했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대형 제과•제빵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점주의 75%가 폐업을 원해 사업 철수 결정을 내렸다”며 “폐업을 원하지 않는 가맹점주가 있더라도 법적으로 사업을 철수하면 계약이 해지되기 때문에 본사가 그에 상응한 법적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파리바게뜨 허 회장은 “매장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라”며 매장 아르바이트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가장 먼 곳의 어려운 사람부터 챙기는 허 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