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6개월 증시 성적표에 ‘B’를 주고 있다. ‘과거의 실망’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신정부 효과, 아베·버냉키 때문에 ‘꽝’=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2월 25일 200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지수는 최근 1920선까지 밀려나며 6개월 동안 4.5%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2.2% 밀려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가 5.78% 오르고 일본 니케이255가 17.6% 급등했음을 감안하면 실망스런 성적이다. 새정부 효과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출범 초에는 수급이 문제였다.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뱅가드 벤치마크 변경으로 외국인들이 ‘셀 코리아’에 나서면서 10조원이 넘는 물랑을 쏟아냈다. 증시 ‘바로미터’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형주가 줄줄이 무너지면서 지수는 박스권에 갇혀 버렸다. 국내 증시가 선진국과 디커플링(비동조화)을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증시 체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에서 이번엔 일본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 충격이 찾아왔다.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실적 모멘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주도주인 자동차 업종이 휘청였고 개미들도 ‘사자’ 타이밍을 저울질했다.
6월 들어 뱅가드와 엔저 이슈가 잠잠해졌지만 이번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 말썽을 부렸다. 버냉키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한 것이다. 글로벌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5월 말 200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지수는 6월 말 1780선까지 밀려났다. 한달도 채 안돼 11%나 급락한 것이다.
다행히 미국 양적완화는 글로벌 경기회복과 동의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달러 강세에 따른 신흥국 자금이탈, 서방국가의 시리아 공습 불안감 등은 여전히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다.
◇코스피 가장 큰 무기는 ‘한국’ 그 자체 =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풍 속에서도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국내증시는 비교적 ‘선방’했다고 평가한다. 성적으로 따지자면 ‘B’다.
양호한 거시경제, 풍부한 외화 유동성, 개선되고 있는 실적모멘텀 등이 하방 경직성을 다졌다는 분석이다. 신흥국의 자산버블이 꺼지게 되면 대척점에 있는 한국시장의 매력이 더욱 부각될 것이란 기대감까지 커지고 있다. 힘겹게 첫발을 내디딘 박 대통령의 앞날이 비관적이지만은 않은 이유다.
이같은 기대감은 외국인 ‘사자’를 통해 알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자금 흐름은 유럽 매수, 미국·일본 선호약화, 이머징 매도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한국은 이머징 아시아와 달리 지난달에도 외국인 순매수(2조1000억원)가 유지된 유일한 나라였다. 특히 최근에는 유럽 경기회복 기대감까지 더해져 IT, 자동차, 조선 등 경기 민감주들이 힘을 받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수 상승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강한 경기부양 의지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박 대통령은 최근 10대 그룹 총수들에게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노력해 줄 것을 적극 당부했다. 또 부동산 매매 활성화 조치를 마련한 정부는 다음달 3단계 투자활성화 조치를 통해 경기회복을 이끌 계획이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강화되고 있어 한국의 경기 회복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최근 외국인 순매수 확대는 위기 완충능력에 대한 재평가일 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도 포함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반기 한국경제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개선되면서 잠재 수준에 육박하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선진국 주도의 경기회복이 주력 수출품목 수요 확대로 나타나고 내수도 정부 소비와 기업 투자 확대 등으로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