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가 저성장 위기 돌파구를 모색한 지 2개월 만에 첫 대안을 내놨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창조경제 구현 전략에 적극 공감하며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낸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2일 어려운 여건 속에서 경제를 지속 성장해 나가려면 산업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산업부와 지난 7월 공동 발족한 산업체질강화위원회의 첫 성과를 발표했다.
경제5단체는 이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덕수 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산업체질강화위원회’를 열고 “어려운 시기일수록 이를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은 창조경제”라며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약 37조원대의 투자 약속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이승철 부회장이 그동안 창조경제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부분을 조목조목 발표했다. 그 결과 국내 10대그룹은 올해 총 투자 규모인 104조원의 35%에 달하는 37조원을 창조경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본격적 가동이 시작된 것이다.
총 37조원 중 대부분(35조3000억원)은 의료용 로봇, 바이오 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에 쓰일 예정이다. 나머지 1조6000억원 가량은 벤처파트너스, 미래창조펀드 등 벤처투자에 사용된다. 재계는 엔지니어링대학원, 항공기 성능 개량기술 개발 등을 통해 창조경제를 위한 인재 1만5000여명을 양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창조경제를 통해 고착화된 우리 경제의 저성장 구도에서 탈피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직 장관도 “창조경제의 씨를 뿌리고 결실을 맺을 주역은 기업”이라며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등 창조경제 구현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절실한 ‘규제입법 완급조절’ 호소 = 경제5단체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 관련 규제의 완급조절을 요구하는 한목소리를 냈다. 경제5단체는 이날 기업 관련 규제 완급조절 등의 내용을 담은 ‘산업경쟁력 관련 입법 현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 건의문(14건)을 국회와 정부에 제출키로 했다.
경제5단체는 우선 노동 관련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통상임금 관련 법령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은 생산차질과 노사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노사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건의문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기업들은 통상임금 반환소송과 38조원가량의 추가 부담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또 근로시간을 획일적, 인위적으로 단축할 경우 기업의 조업 차질과 인건비 부담 증가, 임금 감소에 따른 노사갈등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2015년부터 도입되는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과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의 입법 규제 완화도 요청했다. 건의문은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지금까지 등록이 면제됐던 연구개발(R&D) 물질과 100kg 미만 소량 화학물질까지 등록이 의무화된다”며 “1개 물질당 최소 7000만원의 등록비 부담이 발생하고 통상 6개월이 소요되는 등록절차로 신제품 개발경쟁에서 낙오하고, 수출 납기 지연 등의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유해물질 누출사고 발생 시 과징금을 매출액의 최대 5% 부과토록 한 유해물질 관리제도에 대해서도 “최대 3억원이던 과징금이 조 단위로 올라갈 수 있다”며 “기업이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더라도 한 명의 실수로 폐업할 수 있는 만큼 과징금 범위를 피해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의문은 이 외에도 △외국인투자촉진법 조속 개정 △순환출자금지 예외 인정 △법인세 인상 검토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 제외 및 가업상속 지원 확대 △대리점법 제정 재검토 △일자리 영향평가제도 도입 등 총 14가지의 입법 현안에 대한 내용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