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크스부르크는 국내 팬들에게 낯선 팀이 아니다. 지난 두 시즌 구차절이 임대로 활약했고 지난 시즌에는 지동원 역시 임대로 활약했던 팀이기 때문이다.
올시즌 4라운드 종료 현재 아우크스부르크는 2승 2패 승점 6점으로 10위에 올라있다.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순위가 큰 의미는 없지만 지난 시즌 초반 4경기에서 1무 3패로 최하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이다. 1부리그 최초의 시즌이었던 2011-12 시즌에도 아우크스부르크는 4라운드까지 2무 2패로 16위였던 바 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올시즌을 앞두고 세바스티안 랑캄프를 헤르타 베를린으로 이적시켰다. 때문에 사실상 올시즌 중앙 수비수는 얀-잉버 칼센-브라커와 라그나르 클라반 등 2명 외에는 대안이 없었던 상태다. 도미닉 라인하르트와 19세 신예 마이크 우데가 있지만 칼센-브라커나 클라반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오른쪽 수비수 마이클 파크허스트와 수비형 미드필더 케빈 폭트 역시 중앙 수비수로 기용 가능하지만 전문성에서는 차이가 분명하다.
올시즌 앞선 4경기에서 중앙 수비 라인은 모두 칼센-브라커와 클라반이 맡았다. 홍정호의 합류로 적게는 3명이 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다. 넓게 보면 라인하르트 역시 경쟁자다. 이중 아직 28세에 불과하지만 이미 12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칼센-브라커는 불박이나 다름 없다. 20세도 채 되기 전에 바이어 레버쿠젠 소속으로 챔피언스리그까지 경험했을 정도로 풍부한 경력을 갖추고 있다.
에스토니아 대표 클라반 역시 네덜란드 리그 헤라클레스 알멜로와 AZ 알크마르를 거친 뒤 지난 시즌 아우크스부르크에 합류해 30경기에 출장해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알크마르 시절에는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등을 두루 경험했다. 홍정호의 주전 확보 여부를 결코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홍정호는 2012 런던올림픽 당시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고 A매치 경력도 17차례에 달한다. 외형적으로 칼센-브라커나 클라반에게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중앙 수비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할 때 반드시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동료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실점으로 연결되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이란 ‘독일어를 무조건 완벽하게 구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가벼운 영어로도 경기 중 선수들과 대화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바이어 레버쿠젠과 바이에른 뮌헨에서 9시즌을 활약한 전 브라질 대표팀의 중앙 수비수 루시우는 인터 밀란으로 이적하기 이전까지 공식 인터뷰에서 독일어를 사용했던 바가 전혀 없다. 그의 바이에른 시절 동료였던 전 프랑스 대표 빅상테 리자라쥐 역시(왼쪽 수비수) 9시즌간 바이에른에서 활약하면서 마지막 시즌에 들어서야 짧은 독일어로 간단한 두 세 마디의 인터뷰만을 겨우 소화했다.
하지만 이들은 동료들과는 물론 구단과도 화합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영어든 프랑스 어든 혹은 포르투갈 어든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어를 사용하는 홍정호로서는 동료들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미 구자철과 지동원이 구단에서 맹활약하며 한국 선수에 대한 긍정적인 바탕이 깔려 있다는 점은 더할 수 없는 플러스 요인이다.
아우크스부르크는 결코 돈이 많은 구단이 아니다. 1.FSV 마인츠 05, SC 프라이부르크, 1.FC 뉘른베르크, 아인트라흐트 브라운슈바이크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중소 규모 구단이다. 때문에 필요 이상의 스쿼드를 꾸리지 않는다. 자체 내 유스 선수가 아니라면 굳이 몇 년 후를 내다보면서 외부 자원을 영입할 여유가 없다. 구자철, 지동원 등을 영입하지 않고 임대로 활용한 것이나 올시즌 개막 이전 이들을 완전 영입하는데 실패한 것도 결국 자금력 부족 때문이었다. 이는 곧 홍정호 역시 즉시 전력감임을 의미한다.
지난 두 시즌에 비해 출발이 비교적 좋은 아우크스부르크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유력한 강등 후보다. 공격진의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만큼 한 골을 지킬 수 있는 수비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강등 후보라는 점은 첫 외국 진출을 이룬 홍정호에게 분명 압박이 될 수밖에 없지만 반대로 수비진이 부각될 수도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높지만 기대감 또한 높은 이적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