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는 등 ‘정책브레인’으로서 핵심역할을 한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새누리당 의원들을 상대로 특강을 열었다.
이투데이 고정필진으로 활약 중인 김 교수는 29일 강원도 홍천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국정환경의 변화와 정당, 의사결정의 합리성과 속도’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조세정책에 대한 제언을 쏟아내는 한편 여야의 정치행태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날 강연이 특히 관심을 모았던 건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2006년 논문 표절 의혹을 집중 제기해 자신을 교육부총리에서 임명 13일 만에 물러나게 하는 등 ‘악연’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새누리당에서) 저를 오라고 한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라며 “저 역시 ‘가는 게 좋다, 안 가는 게 좋다’ 등 여러 얘기를 들었지만 이런 기회가 자주 있어야 하지 않나 해서 왔다”고 오히려 초청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 교수는 먼저 조세제도와 관련, “부자에게만 세금을 거둬서는 감당이 안 되며 중산층에게도 거둬야 한다”고 말해 부자증세에만 몰두해 온 민주당을 정면 겨냥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진보정당이든 각자가 생각하는 정도의 복지재정이 얼마든 부자들에게만 물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부자도 세금을 적게 내지만 중산층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적게 낸다. 조세부담률이 19.5% 안팎인데, OECD 평균이 26%정도고 스웨덴이나 덴마크 등은 50%가까이 된다”면서 “필요하면 중산층도 거둬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국민들 모르게 살짝 빼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중산층 세금폭탄’이란 지적을 받으며 부랴부랴 수정안을 발표하는 등 혼선이 빚어진데 대해선 “대통령의 의지조차 확인하지 못한 조세개혁안이 어떻게 나오는지 의문”이라며 “일부 조세 기술자에 의해 나온 거 같아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최근 심화된 여야 정쟁을 두고 “정치권이 국민의 불신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분노를 유발하고 그 다음에 선동을 한다”며 “대통령을 희생양 삼아 분노를 일으키고 선동하는 데 정치권이 올라탄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여야가 정치고비 때마다 당명을 바꿔온 것을 놓고도 “국민을 속이는 기만정치이자 얼굴에 분칠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새 인물이 나온다고 새 정치가 아니고, 신당을 만든다고 새 정치가 아니다. 합리적이고 시의적절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게 새 정치”라고 말해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안철수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