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유쾌통쾌]'개구리 사냥' 나선 남양유업 직원

입력 2013-08-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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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세종시 남양유업 공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에도 단체로 개구리 사냥(?)에 나섰다. 한창 공장에서 일해야 할 시간에 인근 산과 논 주변을 뒤지며 개구리를 잡으러 나간 건 최근 자사 분유 제품에서 개구리가 혼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로 돌아오는 직원들의 손에는 개구리가 거의 들려 있지 않았다. 공장 인근에 개구리가 살 만한 서식지가 많지 않을 뿐더러, 최근 세종시 개발로 서식 환경이 여의치 않아서다.

남양유업은 세종공장 인근 개구리와 전남 목포 지역에서 발견된 분유개구리를 비교해 보려 했다. 분유개구리가 전파를 탄 이후 회사는 ‘분유 분말을 걸러내는 거름막이 최대 4mm에 불과해 말라죽은 개구리(45mm)가 절대 통과할 수 없다’는 반박 보도자료까지 냈지만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물질 혼입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 정밀 조사가 진행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회사 이미지만 나빠지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라도 억울함을 풀어보려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공은 지자체와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넘어갔다.

조사에 나선 세종시는 일단 제조 공정 자체가 무인자동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분유 분말을 걸러내는 거름막으로 분유개구리가 통과할 수 없어 제조 과정 중 혼입이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분유 분말이 170도의 고온으로 고압 분사돼 미립자 형태로 건조되기 때문에 개구리 폐사체 같은 이물질이 온전한 형태로 혼입될 수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세종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제조과정이나 유통상의 문제, 소비자의 실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소비자의 실수일까? 아니면 유통과정에서 분유 생산과정의 조그마한 틈을 뚫고 개구리가 들어갔던 걸까? 식품 이물질 혼입 사건은 대개 미스터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회사도 억울하고 아기에게 개구리 분유를 먹인 주부도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프지만 말라고 아기한테 계속… 제가 죄인 같고 계속…”이라며 인터뷰를 했던 어머니를 보면 아기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십분 이해가 된다.

식품 이물질 사고가 나면 항상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사고 처리에 대한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업체와 관계 당국의 신속한 조치가 미진했고, 향후 파장이 심각함에도 무조건 보도하고 보는 언론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 사고는 진실 규명이 가장 중요하다. 신고가 접수된 후 지자체의 판단과 이후 국과수의 정밀 검증까지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식품안전 사후 시스템이 적용될 수 있는 시험대다. 식품에 의한 사고는 100% 예방이 불가능하지만, 사후 처리는 관리감독을 하는 기관과 업체, 소비자의 적절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가공식품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빠른 사실 규명과 서로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대형마트 튀김가루 사건과 같이 미제로 남을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엄청난 충격을 받은 아기 어머니와 억울하다며 개구리까지 잡으러 다닌 제조업체의 걱정을 하루라도 줄여줘야 한다.

식품 이물질 혼입 논란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소비자와 제조업체가 입장이 다를 순 있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힘들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명쾌하고도 신속한 사실 규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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