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한국남자농구 대표팀은 필리핀에서 열린 제27회 아시아선수권대회 3-4위전에서 대만을 물리쳤다. 이로써 한국은 아시아 3위까지 주어지는 2014 스페인 농구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확보했다.
대표팀을 무려 16년 만에 월드컵 무대로 이끈 인물은 바로 ‘만수’ 유재학 감독이다. 만 가지의 수를 가진 감독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별명이다. 하지만 만 가지의 수를 가진 지략가 유재학 감독에게도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는 결코 쉽지 않은 대회였다. 12명의 대표선수들 중 무려 5명이 대학생이었을 정도로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흔한 귀화선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 감독은 거의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월드컵 진출권을 획득했다. 이제는 34세의 노장이 된 김주성과 양동근, 조성민 등 30대 선수들은 대학 선수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유 감독은 “대학생이라 해서 편견은 없었다. 이름값보다 중요한 것은 성실함”이라며 그들의 선발 배경을 전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김민구, 김종규 등 대학선수들은 향후 한국 농구의 큰 재목이 될 선수들”이라며 “이번 대회의 성과가 그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려의 시선이 많았지만 유 감독의 선택은 결국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물론 유 감독 역시 부담은 컸다. 월드컵 본선행을 가늠한 대만과의 3-4위전에 대해서는 “경기장에 서 있을 때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부담감이 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대표팀에서 유 감독을 보좌한 이상범 코치 역시 “매 경기 피를 말려 옆에서 지켜보기 안쓰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2014년에 열릴 농구월드컵 사령탑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유 감독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 유 감독 역시 “아직 공식적으로 제안을 받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농구월드컵뿐만 아니라 인천 아시안게임도 열린다. 대표팀 일정이 빽빽한 셈이다.
‘만수’ 유재학 감독의 매직을 내년에도 볼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번 대회 최고 수훈은 선수들이 아닌 유재학 감독”이라는 농구인들의 평가처럼 그가 한국 농구를 한 단계 도약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