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내놓은 세법개정안 수정안은 이른바 ‘원포인트’ 수정안이다. 소득세법 중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기준점을 연소득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올린 것이 전부다. 나머지는 지난 8일 발표된 ‘2013년 세법개정안’과 같다.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근로장려세제나 자녀장려세제 확대·신설, 신용카드 사용액 공제율 등은 그대로 이행한다는 방침인 것이다.
정부가 밝힌 근로소득세 부담이 증가하는 기준인 연간 총급여 5500만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서민·중산층 기준으로 제시한 중위소득 150% 이하의 상한선이다. 연봉 5500만원 이하의 경우 공제한도를 현행 50만원에서 66만원으로 상향조정해 5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는 세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했다. 7000만원 이하는 50만원에서 63만원으로 올려 연간 16만원의 세금을 추가 부담해야 하던 데서 연소득 5500만~6000만원과 6000만원 초과~7000만원의 봉급생활자들의 세 부담은 각각 연간 2만원, 3만원으로 낮아진다.
이로써 당장 세부담이 증가하는 납세 근로자는 기존 434만명(전체의 28%)에서 205만명(13%)으로 절반 수준까지 뚝 떨어지게 됐다. 이는 이는 5000만~6000만원 구간까지 세 부담 증가분을 ‘제로’나 최대한 낮은 수준으로 줄여달라고 요구한 여당의 안을 최대한 수용한 결과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남아 있다. 졸속 수정안 마련이라는 비판이 첫번째다. 내년도 세법개정안은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7개월간 공들여 만들었다. 하지만 거센‘중산층 증세 논란’에 휩싸이자 발표 4일만에 박근혜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가 내려졌고 그로부터 단 27시간만에 수정안이 나왔다. 한 나라의 한해 세제 정책이 번개불에 콩 볶듯 며칠 사이에 뒤집힌 것이다.
중산층 샐러리맨과 고소득 자영업자 및 대기업간의 조세 형평성 문제가 논란거리로 남은 원인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법인세·금융거래세 인상이나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고소득자의 기준을 3억원 이상에서 1억5000만원으로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이 분노한 근본적인 이유는 고소득자층과 대기업에 대한 낮은 세율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데 있다는 점에서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부담도 함께 늘리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세저항을 해결하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연봉 8000만원이 넘는 85만 명의 고소득자에 대해선 늘어나는 세 부담을 원안 그대로 유지해 고소득 봉급생활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홍만영 한국납세자연맹 연말정산 팀장은 "세금을 걷기 쉬운 봉급생활자들만 압박할 경우 조세회피는 물론 고급 인적자원들이 세부담이 적은 해외로 나가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에 대해 적극 대처하기 위해 일정수준의 수입금액 이상의 사업자에 대한 전자계산서 발급을 의무화하는 등 세제·세정상 제반 조치를 다각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원론적인 얘기만 되풀이할 뿐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FIU자료 활용한 취약업종에 대한 정보수집 및 현금거래를 통한 탈세·허위비용 계상에 대한 검증 강화방안 역시 기존에도 지하경제양성화에 대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효성이 낮았다는 비판이 재연되고 있는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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