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일동면에 거주하는 6·25 참전용사 이성근(80)씨의 말이다. 이씨는 올해 ‘나라사랑보금자리’ 사업 대상자로 선정, 육군과 효성 등 기업들의 지원으로 새 집에서 살게 됐다.
이씨는 6·25 한국전쟁 당시 3년간 공병으로 참전했다. 금화·화천·금성 지구 전투 등 당시 치열했던 현장을 누볐다. 이씨는 “1·4후퇴 이후 남하했던 아군이 전세가 역전 돼 다시 북으로 밀고 올라가면서 중공군 시체로 가득한 길을 탱크가 그대로 깔고 가는 장면이 가장 섬뜩했다”며 “아군과 적군 사이에 고립돼 양 쪽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죽을 고비도 수차례 넘겼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현재 중풍으로 한쪽다리가 불편해 장애 3급 판정을 받았고, 2011년 국가유공자로 선정됐다. 참전 후 60년을 본인이 국가유공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따가 같은 마을 예비군 중대장의 소개로 뒤늦은 혜택을 받게 됐다.
육군본부와 효성 등은 2011년부터 이씨 처럼 6·25 참전 국가유공자 중 생활이 어려운 용사들의 집을 고쳐줘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돕는 ‘나라사랑 보금자리’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사를 지휘·감독한 육군 5군단 최지섭 근무과장(중령)은 “부모님의 집을 고쳐드린다는 마음으로 토지만 빼고 다 바꿨다”고 전했다. 포천시와 지역 사회봉사 단체들은 건축 폐기물 처리, 도배·장판, TV를 비롯한 가전제품과 침대 등 가구를 새로 장만해주는 등 내부 꾸미기를 도왔다.
쓰러져 가던 가옥이 동네에서 가장 멋진 새집으로 다시 탄생했다. 가장 불편했던 외부 재래식 화장실은 노부부가 사용하기 편하도록 깨끗하게 단장돼 집 안으로 들어왔다. 단열재로 마감을 해 겨울에도 춥지 않도록 했고, 마당에 지붕을 설치해 비가 올 때도 할머니가 마음껏 고추를 말릴 수 있도록 했다.
효성은 작년부터 ‘나라사랑 보금자리’ 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효성은 지난해 58명의 참전용사에게 새 집 짓기 후원성금을 전달한데 이어 올해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효성 노재봉 나눔봉사단장(부사장)은 “참전용사 및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과 충정에 감사드린다”며 “나라를 위해 헌신한 참전용사들께 작게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걸음마 단계인 나라사랑보금자리 사업을 추진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 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중령은 “이성근 어르신 댁을 고쳐드리는데 나라사랑보금자리 예산도 사용됐지만, 부족한 부분은 군부대와 지역사회단체가 십시일반으로 충당했다”며 “아직 예산이 많이 부족해 실질적인 혜택을 주려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유지·보수하는 예산은 아예 배정되지 않아 군부대 자체적으로 돕거나 지역사회의 지원을 받는다”면서 “참전 용사 대부분이 연로해 조금이라도 안락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더욱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며 국민적인 관심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