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올 여름 전력수급의 최대 고비다. 특히 12일부터 오는 14일까지 3일간은 수요관리 대책을 시행해도 예비전력이 200만kW 미만을 밑도는 등 비상대책하에서도 간당간당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블랙아웃의 공포가 다시 엄습하고 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주 전력수요는 8050만kW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지난 9일 사상 최대 전력수요치인 7935만kW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당초 올 여름 최대수요를 7870만kW로 예측했지만 한 달 이상 계속된 폭염으로 예상보다 180만kW가 상승한 것이다.
이에 이번 주 대책 시행 전 예비전력이 마이너스 306만kW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력수급 초비상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11일 한국전력공사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이번 주 초 3일간은 전력수급 사정이 매우 안 좋은 상황”이라며 “전력공급 측면에서 여유전력까지 최대한 짜내고 있지만 관건은 수요감축 부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12일부터 오는 14일까지의 예비전력은 대책 시행 후에도 평균 180만kW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자칫 발전기 1기라도 불시 중단되면 9·15 순환단전이 재현되는 상황이 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첫날인 12일엔 예비전력이 160만kW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돼 전력거래소가 전력수급경보 ‘경계’(예비전력 100만kW 이상 200만kW 미만)단계까지 예보한 상태다. 수급경보 경계단계는 2011년 9·15 순환단전 당시 예비전력이 20만kW까지 떨어져 ‘심각’(100만kW 미만)단계가 발령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만약 예비전력이 100만kW대로 낮아지면 긴급절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긴급절전은 9·15 순환단전 이후 도입된 제도다. 426개 대기업이 한전과 약정을 맺는 상태인데 긴급절전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업체에 9·15 순환단전 kW당 3000원을 보상해준다.
이에 정부는 이번 주 초반 3일을 버티기 위해 민간자가발전, 절전규제 등 486만kW의 상시대책과 전압조정, 긴급절전 등 206만kW의 비상조치 수단을 모두 시행, 예비전력 420만kW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그동안 절전규제 이행에 미흡했던 대기업 리스트도 공개했다. 절전규제 실적을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주요 대기업들의 절전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윤 장관은 “의무절전을 규제하고 있는데 기업의 17% 정도는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한전은 11일 전국 180개 지사에 총동원령을 내려 계약전력 3000kW 이상 1만4000개 전력다소비 사업장과 건물 등에 직원들을 상주시키며 절전을 유도키로 했다. 지난 겨울 전력위기 때에도 진행된 바 있는 이번 조치는 사실상 기업체들의 절전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