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삼성전자의 장기 신용등급을 ‘A+’로 한 단계 상향했다고 8일 발표했다.
S&P는 또한 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S&P는 삼성전자가 우수한 현금 흐름과 보수적인 재무정책 덕분에 향후 24개월 동안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삼성전자의 신용등급 향상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애플과의 특허전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이는 등 설상가상 상황이었기 때문.
지난 6월 JP모건이 삼성전자의 갤럭시S4 판매가 생각보다 지지부진하다며 올해 거둘 순이익이 예상치(34조9000억원)를 밑도는 31조8000억원 가량일 것으로 분석한 후, 삼성전자 주가는 끝없이 하락했다.
특히 지난달 삼성전자가 발표한 2분기 실적은 JP모건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JP모건은 “삼성전자 하이엔드 스마트폰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다. 이로 인해 올 하반기 마진이 감소할 것”이라며 또다시 부정적 견해를 내놨다. JP모건은 이와 함께 “모든 사양에 걸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략이 잘 먹히고 있더라도 마진 압력과 미국에서의 하이엔드 휴대폰의 가격 하락은 필연적”이라며 “가까운 시기에 또 한 번 시장 전망치의 하락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실적 추정치를 내리면서 목표주가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지난 5일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한 애플 제품에 대한 자국 무역위원회(ITC)의 수입 금지 명령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26년 만의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특허권료 협상이 불리한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전망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벌어진 신용등급 상향은 삼성전자에 대한 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IT공룡 삼성의 입지는 건재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가뭄의 단비인 셈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2010년 약 8%를 기록했던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올해 상반기에는 약 33%로 확대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 2분기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처음으로 애플을 꺾고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중국에 이어 미국 등 북미시장까지 석권하면서 스마트폰 세계 1, 2위 시장 모두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게다가 최근 불황에 허덕였던 반도체 사업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한쪽이 부진해도 다른쪽이 뒷받침해주는 삼성전자의 수익구조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분석이다.
S&P는 “IT산업의 변동성과 경쟁 심화를 감안하더라도 삼성전자가 시장에서 강력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고 사업다각화가 잘 돼 있으며, 기술 면에서도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