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8일 발표하는 박근혜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을 두고 정부와 여·야가 각각 시각을 달리해 앞으로 국회 처리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완화 등을 통해 기업의 세 부담은 낮추고 직장인과 영세 자영업자 등 서민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줄이는 방향으로 올해 세법개정안의 기본 틀을 잡았다.
이를 두고 벌써 정치권에선 ‘대기업 감세, 서민 증세’ 논란이 불거지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에서는 대기업 혜택에 동의하면서도 월급쟁이 등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손쉽게 세수를 메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민주당은 중소·중견기업이 아닌 대기업에 감세 혜택을 주면서 서민 세금을 올리는 것은 모순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제활성화 역점…기업 부담 줄이고 숨은 세원 발굴= 올해 세법개정안은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 목표대로 경제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처음 시행되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완화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은 과세 기준이 대주주 지분율 기준은 5~10%로, 거래비율은 40~50% 이상으로 상향 조정된다. 대기업은 모기업의 지분율을 뺀 금액만이 과세 대상이 돼 세금 납부액이 줄어들게 된다.
또 제조업 등에 초점이 맞춰진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기업, 중소 서비스업종 등으로 혜택을 확대한다. 중소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1인당 100만원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대신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인하, 영세 음식점 부가세 감면 정비 등 개인과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축소된다.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부족으로 공약가계부 재원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찌감치 ‘증세는 없다’는 원칙을 천명한 정부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짜낸 묘안(?)이다.
영세 음식점이 농수산물을 재료로 살 때 구입비의 7.4%를 부가가치세 명목으로 돌려주는 의제매입세액공제도 정비될 것으로 보인다. 또 농민들이 8년 이상 직접 경작(자경)한 농지를 팔 때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는 제도 역시 축소 또는 폐지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들 감면제도는 세금 면제 혜택을 받으려고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수익 악화가 불가피한 영세 음식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과세 형평성 찾기도 이번 개편안의 핵심이다. 소득이 있는 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 원칙과 숨은 세원 발굴 차원에서 의료비, 교육비 등은 세액공제로 전환돼 고소득층의 부담을 늘린다. 뜨거운 논란이 돼 왔던 종교인 과세 문제는 ‘추진’쪽으로 가닥을 잡고 막판 조율 중이다. 주세와 담배소비세율 인상은 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이번 세제 개편안에는 담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대기업 감세·서민 증세 이견 = 이 같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추후 입법 과정에서 대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서민증세”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새누리당은 대기업 혜택 확대에는 동의하면서도 서민증세에는 반대하는 ‘조건부 찬성’ 견해를 밝히고 나서 여·야·정 모두 충돌하고 있어서다.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 찬성 견해지만, 내부적으로는 이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 완화’엔 찬성하면서도 ‘자영업자 등 서민에 대한 소득공제 축소’에 대해서는 서민 경제 악화를 이유로 최소화 또는 피하자는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중소·중견기업이 문제라면 이에 대해서만 과세요건을 완화하면 되는데 대기업을 포함하는 것을 지적했다. 민주당 문병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일감 몰아주기 과세 완화에 대해 “이제 와서 중소·중견기업을 핑계 대며 은근슬쩍 대기업을 끼워 넣는 행위는 명백한 경제민주화 후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은 서민을 위한 세법 개정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어 추후 논의 과정에서 ‘제2의 부자감세’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