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금융권 빅뱅’]‘우리’는 어디로… 금융권 빅뱅 대항해

입력 2013-07-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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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400조 국내 최대 금융지주 민영화

우리금융 민영화로 금융권에 빅뱅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자산 400조원 규모로 국내 최대 금융지주인 우리금융이 분리 매각되면 KB, 하나, 신한 등과 구축했던 4대 금융지주 체제가 먼저 해체된다.

이어 우리은행이 국내 다른 금융지주사에 인수되거나 합병돼 메가뱅크가 탄생할 경우 금융시장 재편 또한 불가피하다. 수백조원에 육박한 자산규모를 갖춘 명실상부한 리딩뱅크로 도약하면서 금융시장 재편의 중심축을 담당하게 된다.

여기에 ING그룹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동양생명 컨소시엄을 선정하면서 생보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동양생명과 ING생명이 합쳐질 경우 자산 40조원 규모의 업계 5위권 생보사가 탄생한다. 업계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시장 재편, 손익계산 빠르게 진행 = 지난 15일 우리금융 민영화가 지방은행 매각공고를 시작으로 본격화되면서 매각 대상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명확해졌다. 잠재적 후보군들이 어느 계열사를 인수하는 게 득이 될지 손익계산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은행·증권·지방은행 부문별로 명암이 극명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시장 논리보다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흥행 카드로 동원되는 금융지주사들의 입장 표명에 지방은행과 증권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인수전이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을 분리해 예금보험공사가 파는 인적분할 방식을 택했다. 우리투자증권 등도 따로 팔고 이후에 나머지 자회사와 우리은행을 매각하는 분리 매각 방식이다.

이 같은 인적분할 방식은 56.97%인 예금보험공사의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후에도 정부가 매각 작업을 주도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은행 특성상 다른 지역의 경쟁은행으로 매각되면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매각이 불발 시엔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이 예보 산하에 남게 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또한 금융당국은 해당 지역 상공회의소가 경남·광주은행을 인수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다. 지역 상공회의소 등을 중심으로 지방은행을 인수하면 자칫 자리 나눠먹기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알짜로 평가받는 우리투자증권에 대한 인수전은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우리투자증권은 비은행 부문이 약한 금융그룹으로부터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업계 17위인 KB투자증권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 단번에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최근 KB투자증권의 신임 대표이사에 정회동 사장이 내정됐다.

이를 놓고 KB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정 사장은 우리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 출신이다.

농협금융지주는 별도의 팀을 꾸려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 HMC투자증권을 가진 현대차그룹도 관심을 표명했다.

◇대형지주사 동참… 시장재편, 구조조정 후폭풍 = 지방은행의 경우 최근 신한과 하나금융 등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가장 먼저 매각을 진행하는 지방은행을 흥행시켜 매각 가격을 높이고 지역감정도 누그러뜨리기 위해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의 참여를 희망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우리금융의 몸통에 해당하는 우리은행은 매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KB금융이 한발 뒤로 물러났다.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지난 17일 우리은행 인수전에 참여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임 회장은 “300조원짜리 덩치를 인수하면 움직이기 어렵고, 거대한 두 은행을 합치기가 쉽지 않다”며 우리은행 인수와 관련,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임 회장은 앞서 비(非) 은행 부문 강화를 피력한 만큼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KB금융이 인수에 적극적인 제스처를 보이더라도 그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은 예고된다. 우리은행 인수 후 국민은행과 합쳐 메가뱅크로 갈 수 있을지, 아니면 금융지주 밑에 두 개의 은행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투뱅크가 될지 여러 시나리오가 대두된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두 은행이 하나의 은행으로 합쳐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소비자금융에 특화된 국민은행과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는 우리은행이 특화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뱅크 체제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로 각 금융사가 최고의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방법을 찾더라도, 그에 따른 불만과 문제 제기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여러 의미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는 금융권이 일대 변화를 겪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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