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껏 모시는 게 효도? ‘보호자 없는 병원’ 직접 가보니

입력 2013-07-2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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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가족을 내팽개친 것 아니냐는 주변 시선이 신경 쓰였는데 간병인을 안 쓰니 경제적 부담이 훨씬 덜합니다.” (환자 보호자 A씨)

“가족이 옆에 없어 불안했는데 간호사가 자주 들어와서 돌봐주니 안심이 되네요. 병실에 보호자들이 없으니 쾌적하고 조용합니다.” (암환자 B씨)

인천항과 인접한 인하대병원은 지난 15일부터 ‘보호자(간병인) 없는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130억원의 재정 지원을 받는 시범사업으로 상급종합병원으로 인하대병원이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22일 현재 보호자 없는 병동인 동 11병동에는 32명의 급성 중증질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보호자의 신청 후 전문의가 판단을 내리면 입원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아도 입원환자에 대한 충실한 케어가 가능한 포괄적 간호간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3교대로 돌아가는 간호사들은 낙상 등 환자 안전을 위해 30분마다 돌아다니며 환자의 상태를 체크해 침대 옆 간호 기록지에 기록했다. 식사를 도와주는 것과 대소변을 치우는 것까지 보호자나 간병인이 하던 것을 간호사가 대신해주니 환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긴급비상연락을 위해 환자 보호자 3인의 연락처를 받아 놓고 언제든 연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보호자에게 일정 시간대에 환자 상태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었다.

특히 복도 한쪽에 병실 환자들을 볼 수 있도록 설치한 ‘서브스테이션’이 눈에 띄었다. 안내 데스크처럼 책상을 갖다 놓고 그곳에서 간호사들이 환자들을 가까이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환자들을 간병해야 하는 만큼 간호사들의 업무 강도가 세 보였다. 떨어진 걸 줍는 등의 간단한 것은 퇴원 이후의 환자를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는 높았지만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과 인력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간호사들의 심적 부담이 큰데다 기존 간호 서비스와 비교될 정도로 업무 강도가 차이 나기 때문에 추후 성과급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인하대병원의 이직률은 8% 이내였지만 점점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또 시범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간호조무사 28명이 필요하지만 현재 12명만 채용된 상태로 한시적 사업에 따른 인력 수급의 어려움도 있었다.

보호자 없는 병원을 저소득층 대상 사업으로 이해하거나 가족 간의 정과 특유의 효 문화가 중시되는 사회에서 거부감이 있을 수 있어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한 상황이다.

조의영 간호부장은 “현재 간호 1등급 보다 더 많은 인력이 상주하고 있는데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시설과 간호 인력의 확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최소 1년 이상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입원 서비스가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도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비용 및 투입 인력을 내년 상반기까지 산출해 향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현장을 방문하고 간호사들에게 ‘금일봉’을 전하며 격려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간병으로 인한 가족들 부담이 큰데 환자들이 더 좋은 진료를 받고 가족들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충분한 시범사업을 거쳐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는 병원이 보편화되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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