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일중 관계가 악화된 것도 주요 배경이지만 중국의 경제성장 정체, 인건비 상승, 인력 확보난, 자의적인 정책운영, 치열한 경쟁, 심지어는 주재원의 스트레스까지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2011년 일본의 대중국 직접투자가 전년 대비 74.4%나 증가하다가, 2012년에는 6.6% 증가에 그치고, 2013년 1/4분기에는 31.2%나 감소한 것을 보더라도 일본의 중국 열기가 식어가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지금까지 일본기업은 ASEAN에 주도적으로 투자해 왔다. 직접투자 잔고가 중국보다는 ASEAN이 훨씬 많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 전자부품 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ASEAN에서 한국제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5% 정도에 불과한 반면, 일본제 자동차는 80%를 상회하는 것을 보아도 일본이 ASEAN에 어느 정도 공을 들였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기업이 주목하는 지역은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의 메콩 지역 후발 국가들이다. 향후 성장시장에 기대하는 측면도 있으나, 지금은 생산거점으로서 주목하는 측면이 강하다. 즉, 태국을 ASEAN의 생산거점으로 생각하고 이들 배후국가에서 소재나 부품을 공급하는 새로운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인 듯하다.
그 배경에는 아직까지 인건비가 싸고 자원이 풍부하며 인프라 투자의욕이 왕성하다는 매력도 있겠으나, 더욱 매력적인 것은 국제적인 물류망 정비와 2015년에 예정된‘ASEAN 공동체’의 실현이다. 중국 서남부 도시 쿤밍(昆明)에서 출발하여 태국 방콕까지 연결되는 남북경제회랑과 미얀마의 모울메인에서 시작하여 베트남 다낭까지 연결되는 동서경제회랑을 축으로 현재 9개의 경제회랑이 건설되고 있다. 메콩지역에 국경을 넘어선 물류망이 속속 정비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ASEAN 공동체가 실현되면 역내 관세가 원칙적으로 없어지며, 사람의 이동 자유화, 각종 자격의 상호인증, 월경시의 통관수속 전자화 등이 진행되어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 일본에서는 이 지역을 제조업 ‘최후의 리조트’로 보고 있다.
한국기업의 ASEAN에 대한 투자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대중국 투자가 2007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고, 2010년에는 ASEAN 투자가 중국을 앞서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베트남 생산량은 2013년에는 총생산량의 40%를 넘어설 전망이라 한다. LG전자도 베트남에 세계 최대급의 가전생산 거점을 구축할 예정이라 하니 베트남이 한국의 IT·전자 제품의 생산기지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메콩지역은 한국기업이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전자제품 생산기지를, 일본기업이 태국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를 부품을 공급하는 배후지역으로 성장해 나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한국기업들은 일본기업과는 좀 다른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중국은 아직까지 한국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내수시장 공략 여지도 크다. 따라서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구분하여 별개로 볼 것이 아니라 중국 서부지역과 동남아시아, 나아 가서는 중앙아시아까지를 겨냥하여 새로운 거점을 구축하는 전략 구상이 필요하다. 차이나 리스크를 위험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한중일 중심의 분업구조를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로 외연을 확대시키는 기회로 볼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로서는 시장 규모나 인프라 측면에서 아직 한계는 있겠으나, 향후에는 중국 서부와 메콩지역, 중앙아시아를 연계하는 거대 경제권을 시야에 둔 전략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FTA 등 정부의 정책도 이를 지원하는 쪽으로 모아져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중국 서부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이다. 우리 기업들이 일본 기업을 따라갈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전략 구상에서 한발 앞섰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다른 차원의 전략 구상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