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상장사 임원 204명이 보유한 자사주가 5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총수 일가 지분이 대부분이어서 이를 제외한 일반 임원의 자사주 평가액은 71억원에 불과했다.
17일 본지가 현대중공업그룹 3개 상장사 임원의 1분기 말 기준 자사주 보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그룹 전체 임원 260명 중 78.5%인 204명이 자사주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대그룹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들이 보유한 자사주는 189만3556주로 1분기 말 주가 기준 평가액은 574억3300만원 규모다. 204명의 임원 중 10명은 총수일가를 제외한 일반 임원으로서 자사주 평가액이 최소 1억원을 웃돌았다.
◇총수일가 자사주 평가액 전체의 87%=현대중공업그룹의 자사주는 총수일가인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대표이사 회장(대표이사, 등기)에게 집중돼 있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종합상사 자사주는 185만2694주로 평가액만 503억원 규모다.
정 회장은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다섯째 동생인 고 정신영씨의 외아들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는 사촌지간이다. 현대석유화학과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역임한 정 회장은 2009년 12월 현대종합상사가 현대중공업에 피인수되는 과정에서 현대종합상사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 회장은 현대종합상사 인수의 실질 주체로 알려진 바 있다. 현대종합상사 인수 당시 범 현대가 컨소시엄에 참여해 주당 2만1100원에 165만2694(7.40%)의 주식을 취득했다. 또 2011년 2월에는 자사주 20만주를 주당 3만200원에 시간외매매로 사들였다. 정 회장은 현대종합상사의 1분기 말 주가를 기준으로 약 30% 가량의 평가이득을 올리고 있다.
◇현대重 임원 자사주 애정 10대그룹 중 최다=현대중공업 임원들의 자사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현대중공업 임원 206명 중 89.3%인 184명이 자사주를 적게는 67~1500여주 갖고 있다. 10대그룹 상장사 중 임원의 자사주 보유 비율이 85%를 넘는 곳은 현대중공업과 포스코(87.7%) 단 두곳 뿐이다.
현대중공업에서 자사주를 1000주 이상 갖고 있는 임원은 김정환 엔진기계사업본부장과 이대희 해양사업본부 전무, 윤중근 경영지원본부 상무 등 3명이다. 김 본부장이 2억1100만원 상당의 자사주 1000주를, 이 전무가 3억2100만원 규모의 자사주 1525주, 윤 상무는 2억2800만원 규모의 자사주 1082주를 보유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2009년 최초 보고된 1000주(취득가 22만2000원) 외에 2009년과 2010년 자사주 무상출연으로 받은 289주를 2011년 주당 45만6500원에 처분해 1억310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주가가 조선업황 부진 탓에 약세를 보여 최초 보고한 1000주에 대해서는 5% 가량 손실을 보고 있다.
이 전무도 2009년 최초 보고한 1330주(22만2000원) 외에 195주의 자사주를 무상출연으로 받았으나 현재까지 단 한주도 처분하지 않았다. 윤 상무 역시 이 전무와 마찬가지로 최초 보고 주식 936주(22만2000원) 외에 무상출연 받은 146주를 포함해 고스란히 갖고 있다. 이 전무·윤 상무는 무상출연 받은 자사주가 평균 취득가를 낮춰 8~9%대의 평가차익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