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철거업체 회장 등 8명이 10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린 사건이 발생했다.
수원지검 특수부는 횡령 등 혐의로 경기도 화성의 철거업체 다원그룹 자금담당자 김모(41)씨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정모(48)씨를 불구속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범행을 주도하고 달아난 회장 이모(44)씨와 이씨 동생(40) 등 3명은 기소중지(수배)했다.
회장 이씨는 2006년부터 최근까지 자금담당자 김씨 등 직원들을 동원해 시행사와 폐기물업체 등 13개 계열사끼리 서로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하거나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회삿돈 100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 등은 2007년 군인공제회로부터 평택가재지구 도시개발사업 명목으로 2700억원의 PF대출을 받아 이 가운데 134억원을 빼돌려 개인 채무변제에 썼다.
이로 인해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군인공제회는 지금까지 대출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같은해 11월에는 유령회사를 차려 한 건설회사를 1000억여원에 인수한 뒤 이 회사 자금 372억원을 빼돌리고 직원 90명의 명의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를 허위로 분양받아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중도금 168억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또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는 가재울뉴타운 재개발사업에 시설공사 등을 맡아 참여해 하도급업체에 공사비를 과다지급하고 다시 돌려받는 수법으로 37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계열사인 폐기물처리업체의 매출을 조작, 67억원을 빼돌려 골프장 사업 자금에 사용하기도 했다.
이들의 범행은 검찰이 불구속기소된 정씨가 2008년 이씨의 철거업체 세무조사를 선처해주는 대가로 전ㆍ현직 세무공무원 3명에게 5000만원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서면서 밝혀졌다.
돈을 받은 세무공무원들은 지난 5월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철거업체 회장이 10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려 달아난 사건이 발생하자 '제2의 함바 비리'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함바 비리는 2005~2009년 고위 공직자들이 '함바'(건설현장 식당) 브로커 유상봉(67)씨로부터 금품을 받고 함바 운영권 수주나 인사 청탁에 개입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강희락(60) 전 경찰청장 등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