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史記]의 열전(列傳) 70권 중 제69권째가 화식열전(貨殖列傳)이다. 화식은 돈을 번다는 뜻, 화식열전은 경제와 부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화식열전에서 사마천은 물질적 이익 추구가 인간의 본성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물질적 재부가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며 경제권을 쥔 사람이 사회 여론을 조종한다고 지적한다. 그것도 각지를 여행하면서 본 바를 기초로 생생하게 기록했다.
역사가였던 사마천이 왜 부자와 상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기록했을까. 사마천은 흉노와 전쟁 중 항복한 이릉(李陵) 장군을 변호하다 한문제의 노여움을 사게 되고 사형에 처해진다. 사형을 면하는 방법은 두 가지, 돈을 내거나 궁형(宮刑)을 받는 것. 결국 사마천은 돈을 구하지 못했고 궁형을 자청하고 살아남았다. 이런 처절한 경험으로 사마천은 돈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고 돈과 관련된 세상의 인심을 포착할 수 있었다.
시장의 현장경제가 심상치 않다. 미국이 경기부진에 따라 취했던 양적완화를 축소하고 금리를 올릴 기세이다. 경기가 조금 살아나면서 인플레가 예상되기 때문인데, 그 결과 국내에 들어왔던 외화자금이 탈출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위험해지고 있다. 거기에 중국경기 하락이 기름을 붓고 있다. 우리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30%가 넘어 중국 경제의 하강은 심각한 수출 부진으로 이어진다.
경제는 통계가 아니다. 구체적 삶의 현장이다. 색종이 오려붙이듯 책상머리에서 하는 숫자놀음이 아니라 눈빛 마주치며 싸워야 하는 생존의 문제이다. 언제나 어려움은 고스란히 서민의 몫이다. 무릇 정책을 책임진 이들은 현장 구석구석을 살펴야 할 것이다. 또 돈이 없어 치명적으로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비록 사마천처럼 역사가는 아닐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