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환율 변동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에 최근 일본 경제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한일 관계가 냉각된 때문인지 아베노믹스를 객관적으로 보려는 시각은 적은 것 같다.
최근 일본 주가가 내려가고 환율도 엔고로 방향을 틀자, 아베노믹스 회의론자들은 마치 ‘물증’이라도 잡은 듯 아베노믹스를 비판한다. 게다가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에 알맹이가 없다는 일본 내에서의 비판을 인용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아베노믹스는 실패한 것일까? 취임 7개월을 넘긴 아베총리의 리더십, 경제정책을 좀 더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최근 일본의 주가 하락, 엔고의 원인을 일본에서는 그동안의 급속한 상승에 대한 조정, 헤지펀드의 매도, 재정(裁定)거래에 따른 매도,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 성장전략에 대한 실망감 등 5가지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알다시피 세 번째까지의 요인은 기술적(테크니컬) 수급요인이며 지금은 어느 정도 조정이 끝나가는 양상이다. 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는 아베노믹스와는 관련이 없다.
문제는 성장전략인데, 예를 들어 법인세 감세나 노동규제 완화가 6월에 발표한 ‘성장전략’에서 빠졌다고 비판하지만 이는 이미 예견된 사안이고 또 향후에 추가로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 했으니 주가에 대한 영향은 그다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참고로 성장전략은 일종의 경쟁력 강화 정책이므로 장기적으로는 주가나 환율에 영향을 미치겠으나 단기적으로는 그다지 영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최근 일본의 금융 파동이 아베노믹스와 그다지 관련이 없다면 아베노믹스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아베 총리 취임 이전에 일본기업인들은 ‘6중고’ 때문에 일본에서는 기업하기가 어려워 해외진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6중고란 엔고, 미흡한 FTA, 높은 법인세, 전력부족, 엄격한 환경규제, 제조업 노동자 파견금지 등의 노동규제를 말한다.
아베총리는 지난 7개월 동안 리더십을 발휘하여 6중고에 적극 대처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엔고는 이미 시정되었고, FTA도 농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극열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7월에는 TPP(환태평양자유무역협정)에 교섭 참가할 예정이다. 환경규제는 25%의 온난화가스 삭감 목표를 낮출 예정이며, 전력도 원자력발전소 안전이 확인되면 빠른 시일 내에 재가동할 것을 표명했다.
또 지난 미일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일본에 대한 LNG 수출금지 조치도 풀었다. 법인세도 투자감세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을 표명하고 있으므로 일본 기업인들 입장에서 보면 아베노믹스는 합격점을 줄만하다. 특히 첨예하게 대립했던 TPP 문제를 아베총리가 리더십으로 해결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단지 필자에게 아베노믹스를 평가하라면 아베노믹스가 성공한다고 해서 일본경제가 부활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일본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수요 부족이다. 즉 소비 부족과 설비투자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아베노믹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소득이 감소하고 청년실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소비를 증가시키기가 쉽지 않으며 또 소비부족 상황에서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저출산·고령화에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또 10여년 전부터 이미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한 일본 경제의 부활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겠다. 또 고질적인 재정문제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지에 대한 시나리오도 아베노믹스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우리가 일본경제를 보는 관전 포인트를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에 맞출 것이 아니라, 우리도 곧 겪을 인구문제나 수요부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일본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 나가고 있는 지에 대해 관전평을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