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흡연율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여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흡연 경고사진 부착을 의무화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을 이달 상정할지 여부를 두고 현재 논의 중이다.
◇찬성, 청소년 보호 위해 필수적- 김은지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캐나다 담배를 보여주면서 똑같은 질문을 했더니 ‘담배를 피우면 몸이 나빠질 것 같다’는 대답이 나왔다. 참고로 캐나다 담배는 담배의 해로움에 대한 경고사진이 앞뒷면의 75%를 덮고 있다.
한 번은 초등학생들이 편의점 계산대 앞에서 하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야, 이거 대박이지 않냐?’ 계산대 앞 담배 모형을 보고 동경하듯 하는 말이었다.
또한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국회 앞에서 담배 포장에 경고사진을 넣을 것을 호소하는 1인 시위를 펼쳤을 때의 일이다. 옆에는 경고사진을 도입한 외국산 담배가 진열돼 있었다.
시위 장소를 지나가던 한 남자가 “난 담배를 끊을 자신이 없지만, 우리 아이들을 위해 우리나라도 어서 빨리 이런 경고사진을 넣어야 한다”며 적극 동의하는 모습을 봤다.
어른은 아이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일단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웬만해서는 끊을 수 없다. 따라서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각인시켜 줘야 한다.
‘발암물질이 60가지나 들어있으나, 겉으로 보아서는 전혀 그런 사실을 짐작할 수 없는 포장을 한 담배’로부터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하루라도 빨리 담배 경고사진을 도입하는 것이다.
◇반대, 담배 소매상 줄도산 우려- 하종철 (사)한국담배판매인회 중앙회 홍보실장
먼저 흉측한 담뱃갑 경고 그림 도입 시 소매점의 매출 하락 및 이로 인한 줄도산이 우려된다.
생계형 담배 소매상에 대한 소득보전책이 없는 상황에서 소매상 매출의 40~50%를 차지하는 담배에 흉측한 경고그림을 도입한다면 담배 판매 감소로 영세 소매상의 도산이 속출할 것이다.
또한 점포도 협소(평균면적 15평 미만)한 상황에서 점포 내 담뱃갑과 담배 광고물에 경고그림이 노출된다면 소비자의 거부감으로 과자, 아이스크림 등 타 제품 매출도 급격한 감소가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업종 전환 지원, 소득보전책 등 담배 소매점의 피해구제 방안이 전제된 후 담배 경고그림이 도입돼야 한다.
흉측한 경고그림의 시각적 폭력성으로 인해 소매점주 및 소비자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합법적으로 제조, 판매하고 있는 단순 상품인 담배가 마치 부도덕한 기피 상품으로 전락돼 소매점주는 마치 혐오상품을 판매, 생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오인될 소지가 있다.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의 경우 흉측한 경고그림과 같은 극단적 규제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 같은 유교문화권 이웃 국가인 일본·중국도 담뱃갑 경고그림을 시행하지 않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점포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담배 제품에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을 삽입하고자 하는 정책은 중단돼야 한다. 많은 애연가들은 경고그림이 들어갈 경우 구입 직후 케이스를 교체해 피울 것이라고 한다. 진정으로 국민건강을 위한다면 애꿎은 영세 상인들이 피해를 보는 경고그림보다는 담뱃값을 먼저 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