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김보경(27·요진건설)은 5년만에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좀처럼 기쁨을 읽을 수 없었다.
그의 우승이 확정되자 그의 아버지 김정원(57)씨가 오히려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김보경은 "우승 후 나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는데, 오히려 아버지가 우시더라"며 "전날 아버지가 스트레스 받지 말고 무조건 즐겨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계속 성적이 안 좋다 보니까, 아버지께서 '너 나이도 있고 할 만큼 했으니까, 즐기고 재미있게 골프 쳐라'고 말씀을 해주시더라"며 소감을 전했다.
프로 투어 9시즌을 맞고 있지만 김보경과 아버지는 아직도 고향 부산에서 직접 자동차로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조그만 가게를 하던 아버지는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받으신 뒤 가게 운영이 힘들어지자 골프를 전혀 모른 채 김보경의 캐디백을 들었다. 때문에 대회장에서 잊지못할 여러 에피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에는 아버지가 라이를 잘 못봐서 어려움이 있었는데, 요즘은 나보다 훨씬 잘본다"고 털어놨다.
특히 이번대회에서 아버지의 조언이 우승으로 연결됐다. 마지막날 9번홀(파4)에서 잡은 버디는 아버지의 조언을 따랐기 때문.
김보경은 "나는 두번째 샷을 4번 아이언으로 치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19도 하이브리드 클럽을 쥐어 주셨다"고 말했다.
180야드를 남기고 친 이 샷은 그린 가장자리를 맞고 홀 바로 옆에 붙었다. 한뼘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은 김보경은 다음 홀에서도 버디를 잡고 우승에 성큼 다가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