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발행한 방송 2007년 방송문예 6월호에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실렸다. 바로 라디오 방송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조사한 결과를 소개한 ‘작가들이 꼽은 라디오 스타들’이다.
박현정, 여종은씨 등 방송 작가들이 꼽은 라디오 스타들은 신해철, 배철수, 이문세였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라디오 스타로 꼽힌 스타가 바로 한국 DJ역사 그 자체라고 할수 있는 이종환이었다. 방송 작가들은 이종환에 대해서는 편안하고 청취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진행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1964년부터 2011년까지 50여년 라디오 PD로 그리고 DJ로 살아왔고 청취자와 제작진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이종환이 폐암으로 30일 숨을 거뒀다. 향년 75세다.
중앙대를 중퇴하고 음악감상실에서 DJ로 활동하다 1964년 MBC라디오 PD로 입사한뒤 PD와 DJ를 겸하며 라디오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탑튠 퍼레이드’에서부터 ‘별이 빛나는 밤에’‘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지금은 라디오시대’ 수많은 라디오 프로그램 DJ로 활동하며 한국 DJ사를 써나갔다. 박원웅 최동호와 함께 1960~1970년대 음악 프로그램의 DJ로 최고의 명성을 얻었다. 이종환은 ‘지금은 라디오시대’를 거쳐 폐암 발병을 한 2011년‘이종환의 마이웨이’까지 DJ로 활동해왔다.
이종환은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장희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을 발굴해 스타로 부상시키는 등 스타메이커로서 역할도 톡톡히 했다. 이 때문에 이종환 사단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종환은 최유라의 말처럼 카리스마가 강한 DJ였다. 1970년대 이종환이 진행하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애청했던 기자는 지난 2000년 ‘지금은 라디오 시대’를 진행하던 이종환을 만났다.
방송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종환은 능수능란하고 유려한 말솜씨, 방대한 음악정보, 오랜 방송경력에서 노련한 진행이 단연 돋보였다. 위기의 상황에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진행은 옆에서 지켜보는 기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카리스마는 강렬해 접근하기 힘든 느낌이었지만 인터뷰를 시작하자 친근한 말투로 상세하게 답변하며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기자의 글에 대한 인상을 건네는 자상함이 인상적이었다.
“DJ는 내 유일한 직업이자 천직인 거 같다. 죽을때까지 방송 DJ로 살고 싶다”라는 말을 건넸다. 그의 말처럼 이종환은 폐암발병 사실을 알 때까지 현역 방송DJ로 활동했다.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