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수익은 반토막 났고 저금리·저성장 기조 지속으로 앞으로의 영업환경에도 먹구름이 잔뜩 꼈다. 수익이 급감하면서 직원 한 명당 벌어들이는 순익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금융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위기극복을 위한 은행권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점을 통·폐합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은행 직원들 사이엔 인력 구조조정의 위기감마저 드리웠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은행권 고연봉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다시금 터져나오고 있다.
◇ 순익‘반토막’·생산성‘곤두박질’= 지난해 시중은행들의 1인당 생산성은 2011년과 비교해 절반 이상 떨어졌다. 직원수는 거의 변동이 없는 가운데 저금리·저성장 장기화로 당기순이익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9조원으로 2011년 11조8000억원보다 23.2%(2조8000억원) 급감했다. 이에 따라 직원 1인당 벌어들인 순이익 역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1년 5개 은행(KB국민·우리·신한·하나·IBK기업)의 1인당 생산성은 1억원 안팎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최대 5000만원 수준까지 수직 낙하했다. 직원 생산성은 한해의 당기순이익을 그해의 총 직원수로 나눈 것으로 직원 1명이 달성한 순익을 의미한다.
하나은행의 경우 2011년 1억3039만원이었던 직원 생산성이 지난해에는 5811만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고 KB국민은행은 9249만원에서 5991만원, 우리은행은 1억3429만원에서 9639만원, IBK기업은행은 1억4841만원에서 9867만원으로 각각 1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신한은행만이 1억3979억원에서 1억1269억원으로 1억원 선을 지켰다.
이처럼 직원들이‘밥값’을 제대로 못하고 있지만 은행권 직원 연봉은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기업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간 KB국민, 우리, 신한 등 국내 6개 시중은행의 직원 연봉 증가율은 자산증가율의 세 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에서 2012년 사이 1인당 자산증가율은 10.7%를 기록한 반면 연봉 증가율은 32.7%로 집계됐다. 6개 은행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자산액은 214억원으로 지난 2009년의 194억원에 비해 10.7%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5700만원에서 7600만원으로 32.7%나 급증한 것이다.
국내 10대 그룹 대표기업과 비교하면 은행권의 고(高)연봉과 저(低)생산성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10대 그룹 대표기업의 직원 생산성은 270억원으로 은행(214억원)보다 높을 뿐 아니라 자산증가율 역시 87.2%로 은행의 8배에 이르고 있다. 평균 연봉도 10대 그룹 대표기업은 은행보다 1000만원 정도 낮은 6600만원이며 연봉 증가율은 30.4%로 자산증가율을 한참 밑돈다.
◇ 지점 통폐합 가속도 인력 구조조정 예고 = 수익성 악화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은행들은 영업점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통합하거나 폐쇄해 고정 비용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취지다.
올 들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들은 40여곳에 이르는 지점 통폐합을 단행했다. 신규 점포는 불과 10여곳 정도에 그치고 올해 개설 계획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지점 축소와 함께 은행들은 인력이 아예 없거나 5명 이내로 최소화한 스마트 브랜치를 지속적을 늘린다는 계획이어서 은행권엔 인력 구조조정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처음에는 통폐합된 지점의 직원들을 다른 지점이나 부서로 발령내겠지만 결국 잉여인력은 구조조정 당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은 이같은 지점 축소를 인력 구조조정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수익성 회복을 위해 최대한 새는 돈을 막고 인력 및 영업 효율성을 제고, 실적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고용 안정성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쉽지 않은 사안”이라며 “지점 통폐합이나 스마트 브랜치는 비용절감뿐 아니라 금융서비스 이용 방식이 변화된 데 따른 은행의 새로운 영업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정년연장 법안으로 은행과 금융노조 간 임금협상도 초미의 관심사다. 금융노련 측이 8.1%의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적악화와 은행권 고액 연봉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수익성 타개의 한 방법으로 금융권의 고연봉을 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임금문제는 단순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임금피크제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