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은 잊어라. 오직 열정이면 충분하다.’ 현대기아차가 지난달 공고한 하계 인턴사원 ‘H 이노베이터(Innovator)’ 모집 문구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김진우(28)씨는 이를 보고 솔깃했다. 취업에 뛰어드는 대학생과 비교해 1~2세 많은 나이에 학점이나 영어성적도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자동차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간절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현대기아차가 스펙 대신 제시한 사전 과제 수행에 열중했다. ‘지방의 특정지역을 선정해 특화된 판촉 방안을 제시하라’는 리포트 작성을 위해 울산·포항 지역을 탐방했다. 이곳에서 조선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현대기아차가 인재 채용에서 ‘숫자’를 중시하는 틀을 깨고 있다. 별도의 지원서 작성 없이 사전과제 평가·실기전형만으로 부문별 1차 합격자를 선정한다.
직무별로도 과제를 특화했다. 연구개발(R&D) 부문은 기계·전기전자·금속재료 등으로 나눠 각각의 전공에 맞는 내용이 주어진다. 디자인 부문은 실기를 통해 실력을 검증한다. 서류로만 지원자를 선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원에서부터 창의성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5월 말부터 실시되는 인턴 채용 면접에는 최초로 합숙면접을 실시한다”며 “1박2일 동안 지원자의 창의성, 사회성, 인성 등을 살펴본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다양한 인재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인재개발원에서는 창의적인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뉴 챌린지 프로그램(New Challenge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크리에이티브 싱킹(Creative Thinking), 임원이 대상인 △크리에이티브 리더십(Creative Leadership) △크리에이티브 저니(Creative Journey)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밖에 정보기술(IT)·예술·패션 등 다양한 전문가들을 초청, 강연을 실시하는 ‘마케팅-드리븐 컴퍼니(Market-Driven Company)’를 운영하고 있으며, 각종 프로그램들을 통해 임직원들의 창의성, 의사소통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 2011년 시작한 ‘마케팅 드리븐 컴퍼니’에는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 강우현 남이성 대표, 장 노엘 캐퍼러 파리경영대학(HEC Paris) 교수 등이 강사로 참여한 바 있다.
한편, 현대차는 마이스터고와 산학협력을 통해 고졸 취업의 기회를 넓히고 지역인재 육성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10년간 마이스터고 2학년생을 대상으로 총 1000명의 우수인재를 선발할 계획이다. 이들은 현대차에서 지원하는 단계별 집중교육을 통해 정규직으로 최종 채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