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다 미래에 어린이집 원장님 되실 분들이지요? 제가 창업 세미나 해드릴테니 따로 상담 한 번 받아보세요. 저한테 상담 받고 어린이집 창업 성공한 사람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최근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사회문제로 확대되면서 보육교사 자질문제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경기도에 위치한 A대학 부설 교육원 어린이집 보육교사 자격증 실습 강의 시간. 담당 교수는 실습 이론 수업 시간에 마치 사업설명회 하듯이 강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수업 형식을 띠고 출석 체크도 하지만 절반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름만 걸어놓고 나오지 않아도 출석한 것으로 서류 조작이 가능할만큼 허술했다.
5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강의실에서 학생들 대부분은 30~40대였다. 이들은 어린이집 창업을 하려면 보육교사 자격증이 필요해 강의를 듣는다고 말했다.
현재 12개의 과목을 이수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을 채우면 20인 이하 가정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로 일할 수 있는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이 주어진다. 보육교사로 일정 기간 활동하면 어린이집을 설립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11개 과목은 온라인 수강만으로 가능하며 실습 이론 수업 1과목을 오프라인으로 필수 수강해야만 자격증 취득이 가능했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체험해보니 보육교사 자격증을 내주는데 있어서 최소한의 자질 검증이나 교사로서의 소양을 갖출 수 있는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해당 수업시간 동안 어린이집은 정부지원금이 많이 들어오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 있었다.
사이버 강의로 시간만 떼우면 해당 자격증을 어렵지 않게 발급 받을 수 있는 것도 문제였다. 자격증을 발급해준다는 평생교육원에 직접 상담을 받아보니 상담사는 “레포트나 토론, 시험도 샘플을 보고 참고하면 되고 온라인으로 이수만 하면 쉽게 자격증을 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상보육이 시행 되면서 어린이집이 뜨고 있는데 돈만 있으면 누구나 어린이집을 창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부터 이수해야 될 과목이 추가되고 사이버 강의가 사라질 수 있으니 서둘러 등록해야 된다고 재촉했다.
심지어 학생들 개인마다 ‘학습 플래너’가 따로 있어서 이들이 자격증 취득 전반을 전화와 문자로 관리해 주고 있었다. 과목당 수료비에는 플래너 활동비가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보육교사 자격증 체계가 허술하고 기준 이하의 자질을 갖춘 교사들이 쉽게 양성되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를 위해서는 보육교사 선발 조건을 엄격히 하고 열악한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는 “어린이집 교사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하루도 못할 일”이라면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너무 쉽게 양산되고 있는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육교사 B씨 역시 “보육교사로서 일정 기간 경력만 있으면 손쉽게 어린이집을 창업할 수 있으며 원장이 문제가 생기면 며느리나 아들 명의로 재개원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보육교사를 양성할 때 보육 관련 과목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 인성과 자세를 기르는 과목이 포함돼야 하고 원장에 대한 자질 검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