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강간죄 성립여부 법정논란 점화

입력 2013-04-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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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흉기로 부인을 위협해 성관계를 가질 경우의 강간죄 성립여부에 대한 법적 논쟁이 일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대법정에서는 이 난제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전원합의체 심리로 공개변론이 열렸다.

공개변론은 양승태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이 자리를 정돈하고 개정을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들은 지난 2001년 결혼해 두 명의 자녀를 둔 남편 A(45)씨와 부인 B(41·여)씨. 이들은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나 사건 발생 2∼3년 전부터 불화로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특히 밤늦게 귀가하던 아내에게 평소 불만을 품은 A씨는 어느 날 말다툼 끝에 부엌칼로 B씨를 위협한 뒤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이틀 뒤에도 칼로 B씨의 옷을 찢고 칼을 복부에 들이대며 성관계를 가졌다가 특수강간 등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강간 혐의를 인정해 A씨에게 징역 6년에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라고 선고했다. 2심 역시 유죄를 인정하고 형량만 징역 3년6월로 낮췄다.

공개변론에서는 형법상 강간죄의 객체(피해자)인 '부녀(婦女)'에 법률상의 '처(妻)'가 포함될 수 있느냐가 쟁점이였다.

먼저 피고인측 변호를 맡은 신용석 변호사는 "'부녀'라는 개념은 사회 통념에 따라 상식적으로 정하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자신의 부인을 부녀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대법원이 지난 2009년 이혼을 앞둔 부부사이의 강간죄를 인정한 판례를 예로 들며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인정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해 부인이 강간죄의 객체가 된다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또 부부 강간이 가정 내 침실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객관적 증거가 없고 부부의 진술만 있어 실체적 진실을 찾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검사 자격으로 나선 이건리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배우자를 제외한다는 제한이 없다고 맞섰다.

또 "부부간에는 성관계 의무가 포함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동거 의무에 항거 불가능한 폭력상태에서의 강간 추인 의무까지 포함될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 부장은 "흉기나 무자비한 폭력을 사용한 상황에서 부인을 객체에서 제외한다면 국가가 범죄 피해자 보호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사와 변호사의 법정 공방은 양측의 참고인 자격으로 나온 전문가들의 쟁점 다툼으로 이어졌다.

변호인측 참고인인 윤용규 강원대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정책을 찾는 노력의 병행 없이 처벌을 강화하는 건 응보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사건 판단에 대법원이 유지해온 실질적 부부관계 존부가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김혜정 영남대 교수는 "법률상 부인은 아내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여성으로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갖는 사람"이라며 "강간은 타인 의사에 반해 폭행·협박을 사용한 성교라는 점에서 불법성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참고인들의 진술까지 들은 양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은 형법의 가정사 관여 논란, 피해자 진술에 근거한 수사·재판의 부작용, 양형 문제, 부부강간죄 남용 소지 등에 대한 질문들을 쏟아냈고 양측은 이 과정에서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양 대법원장은 "오늘 변론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모두 종합해 최선을 결론을 내도록 노력하겠다"라며 변론을 마무리했다. 판결 선고기일은 추후 지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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