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화가 정현욱(LG 트윈스) 혹은 김주찬(KIA 타이거즈)을 영입했다면. 물론 스포츠에 가정은 없다. 하지만 속절없는 연패에 빠진 한화가 FA를 선언했던 정현욱이나 김주찬을 잡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즉각적인 전력보강이 쉽지 않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검증된 FA영입은 확실한 전력증강 요인이다. 지난 시즌 이후 FA를 선언해 계약을 한 선수들은 11명이다. 이들 중 소속팀을 옮긴 선수는 총 5명. 나머지 6명은 기존 소속팀과 재계약했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팀 성적도 크게 달라지면서 비록 초반이지만 FA 효과는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FA 덕을 가장 확실하게 보고 있는 팀은 LG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LG로 둥지를 옮긴 정현욱은 LG의 고질병이었던 중간 계투진을 견고하게 했다. 팀이 치른 13경기 중 8경기에 나서 1패를 기록했지만 5개의 홀드를 올리며 팀의 승리를 지키고 있다. 평균자책점 1.12의 맹활약이다. 특히 유원상-정현욱-봉중근으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조를 탄생시켜 LG의 최대 약점이던 뒷문을 오히려 강점으로 부각시켰다. 그의 영입을 위해 들인 4년간 28억6000만원의 돈이 전혀 아까워 보이지 않는다. SBS ESPN 김재현 해설위원은 “유원상-정현욱-봉중근이 부상 없이 올시즌을 치른다면 분명 다른 팀들에게는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LG의 전력을 높이 평가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KIA로 자리를 옮긴 김주찬 역시 복덩이다. 비록 개막 이후 4경기째만에 몸에 맞는 볼로 골절상을 당해 개점휴업에 들어갔지만 초반 4경기에서 그가 보여준 기록은 놀랍다. 12타수 6안타, 타율 5할이다. 7타점, 4득점에 도루는 무려 5개다. 네 번째 경기 첫 타석에서 몸에 맞는 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3경기에서 거둔 성적이다. KIA의 팀 도루는 현재 17개다. 김주찬이 계속 출장했다면 이용규-김주찬으로 이어지는 테이블세터진은 리그 최고의 기동력을 갖춘 라인이 됐을 것이다. 김주찬의 가세로 기존 선수들의 경쟁력이 강화된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여러모로 KIA 역시 그를 위해 투자한 4년간 50억원 비용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반면 홍성흔(롯데->두산 베어스), 이호준(SK 와이번스->NC다이노스), 이현곤(KIA->NC) 등은 아직까지 대성공이라고 보긴 어렵다.
홍성흔은 주로 5번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다. 11경기에서 11개의 안타와 11타점, 0.289의 타율을 기록중이지만 홈런은 단 1개에 그치고 있다. 타점 공동 2위로 제 몫을 해주고 있지만 당초 그에게 원했던 장타력은 떨어진다. 여기에 홍성흔은 지난 5일 서울 라이벌 LG와의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하다 퇴장을 당해 1경기 출장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호준과 이현곤은 신생팀 NC에게 부족한 경험을 채워줄 선수들로 기대를 모았지만 그리 좋지 않은 팀 성적 탓에 존재감도 아직 그리 크지 않다. 이호준은 팀의 4번타자 역할을 맡고 있지만 0.209의 저조한 타율에 홈런도 1개에 그치고 있다. 삼진을 9개나 당하는 동안 볼넷은 1개를 골라내는데 그쳤고 출루율은 0.219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 14일 SK를 상대로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기록한 것이 위안이다.
이현곤 역시 10경기에 나서 0.242의 저조한 타율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도 0.286에 불과하다. 득점권 타율은 0.125로 주어진 기회도 잘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믿었던 수비에서도 실책 2개로 완전히 적응하진 못한 모습이다. 이호준과 이현곤 모두 팀의 구심점이 되는 선수들임은 분명하지만 정신적인 지주가 아닌 기량적으로도 중심이 되기위해서는 더 큰 분발이 요구된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FA를 영입한 팀의 전력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제하며 “비교적 올시즌 FA들이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는 만큼 내년 시즌 FA 시장이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FA 영입의 성패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그간 부진했던 LG와 KIA가 FA의 가세로 성적 상승의 효과를 누리고 있는 만큼 FA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