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누구나 한번쯤은 던져봤을 물음이다. 답 없는 질문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물음이 아닌가 한다. 인격은 상품화되고, 삶은 이미 권태와 물질뿐인, 희망 없어 보이는 이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란 쉽지 않기에 말이다. 과거에 비해서 편리해지고 풍요로워진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현대인은 중요한 무언가를 잊고 있다.
‘오디세이’의 작가인 호메로스는 가장 현명한 인간으로 시지프스를 꼽았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지프스는 신들을 농락했다는 이유로 신들로부터 무거운 돌을 평생 동안 굴려야 하는 형벌을 받았다. 신들은 시지프스에게 반복되는 일상과 권태를 형벌로 내린 것이다.
지금 우리의 삶은 시지프스의 형벌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반복되는 일상과 무료한 삶, 그리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을, 하루를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이 되어버렸다. 우리의 삶은 무한히 돌을 굴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삶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괴로워하고 권태를 느끼고 삶의 이유를 잘 알지 못한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면서도 삶의 희망을 알 수 없는 ‘시지프스의 형벌’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그냥 이렇게 체념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시지프스는 자신에게 권태와 무료함의 형벌을 내린 신들에게 철저히‘반항’으로서 대항했다. 벗어날 수 없더라도 끝까지 자신에게 내려진 형벌을 수행했던 거다. 영원히 돌을 굴려야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고 당당하게 돌을 굴렸던 것이다. 이로써 시지프스는 삶의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의 삶이 시지프스의 형벌과 다르지 않다면, 비록 권태롭고 힘겨울지라도 끝까지 반항하며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지금 우리의 삶이 힘겹고 희망조차 보이지 않더라도 현명한 인간 시지프스처럼 끝까지 삶에 반항해보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