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은 지난 8일 오후 5시 이사회를 열고 13명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사업협약 해제와 토지매매계약 해제를 결의했다. 이로써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용산 개발사업은 6년 만에 최종 백지화됐다.
코레일은 이르면 9일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회사(이하 드림허브)에 반납해야 할 토지반환대금 2조4000억원 중 5400억원을 우선 입금할 예정이다. 이어 22일 토지매매 계약 해제를, 29일 사업협약 해지를 각각 통지하고 이달말 2400억원의 사업이행보증보험금을 받고 청산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코레일이 땅값을 반납하고 사업부지를 되찾아가면 드림허브는 시행사 자격을 잃고 자연스럽게 사업 청산수순을 밟게 된다.
사업 무산으로 코레일은 막대한 금융 부담을 안게 됐다. 토지반환대금 2조4000억원에 이자를 포함한 3조700억원을 오는 9월까지 드림허브에 돈을 빌려준 대주단에 반납해야 한다.
3월 말 현재 코레일이 보유한 현금은 약 5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한 내 자금을 마련하려면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이자를 합친 금융비용이 4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용산 사업을 통해 누적된 부채 상환을 기대했던 코레일의 계획 차질은 물론 자본잠식으로 혈세 투입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사업 재조정, 인력 재배치, 경비 삭감 등 코레일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용산사업이 조달한 자금은 31조원 가운데 4조208억원으로 추산된다.
초기 출자금 1조원과 1차 전환사채(CB) 1500억원, 토지에 대한 코레일 보증으로 조달한 2조4167억원, 코레일 랜드마크 계약금 4161억원 등이다. 지출금은 토지대금 2조9271억원과 연체이자 1200억원 등 총 3조471억원으로 모두 코레일에 지급됐고 현재까지의 매몰비용은 9737억원이다.
토지매입 세금과 취득세 등 부대비용(3037억원), 자본시장 금융조달비용(3409억원), 기본설계비(1060억원) 등에 7506억원이 들어갔고 나머지 1195억원은 용역비·홍보비·운영비 등으로 쓰였다. 토염오염정화공사 컨소시엄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은 공사대금 2905억원도 받지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30개 출자사들이 사업 초기에 투자한 드림허브 자본금 1조원 역시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등 건설적 투자자(CI)는 2000억원, KB자산관리 등 재무적 투자자(FI)는 2365억원, 롯데관광개발 등 전략적 투자자(SI)는 2645억원을 출자했다. 코레일과 SH공사는 각각 2500억원, 490억원을 출자했다.
이들 출자사의 경영진들은 손실액을 줄이고, 사업 무산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자본금 반환소송 및 손해배상청구 등 소송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6년간 주택 매매 등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었던 서부이촌동 주민 2300여가구도 코레일과 드림허브, 인허가권자인 서울시 등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의 손해배상 청구액은 가구당 1~3억원 선으로 총 4600억~69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