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m에는 반세기의 눈물과 희망이 담겨 있다. 한국전쟁 후 굶주림을 해결한 ‘라면’을 말하는 것이다. 라면 면발의 평균 길이는 49m다. 경제가 발전하자 라면은 이내 천덕꾸러기로 내몰렸다. 고열량인 탓에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올해 라면 출시 50주년을 맞아 라면은 프리미엄 외식으로 다시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하얀국물을 내세운 라면이 외식 전문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가 하면 라면 뷔페도 생겼다. 2000원에 육박하는 봉지면이 라면의 몸값을 높이고 대형마트·편의점조차 PB(유통업체가 독자 개발한 브랜드) 상품을 내세워 2조원 라면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라면협회의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연간 세계 라면 소비량은 982억개다. 국가별로 중국이 전체의 43%인 424억개를 소비했다. 2~5위는 인도네시아, 일본, 베트남, 미국 순이었으며 한국은 6위를 차지했다.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 기준으로는 한국이 세계 1위다. 한국은 72개로 매주 1.4개씩 먹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은 1인당 소비량이 한해 32개로, 한국의 절반에 못 미친다.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라면시장은 약 1조9600억원 규모이고 지난해에는 2조원을 넘어섰다. 시장의 70% 이상을 농심이 차지하고 있고, 삼양식품, 오뚜기식품, 한국야쿠르트, 빙그레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프리미엄’으로 다시 전성기 맞은 라면 = 라면시장은 2010년대 후반까지 해마다 10% 이상 꾸준히 성장했지만 최근엔 5% 미만의 저조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실버세대가 급증하고 라면을 즐기는 10~20대가 감소하고 있어 라면 판매량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라면을 대신할 수 있는 음식들이 개발되는 것도 저성장의 원인이다.
라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업체들은 프리미엄 제품이나 기능성 라면 등으로 새로운 시장 창출에 나서고 있다. 과포화된 중저가 시장에서 벗어나 고급화로 시장을 더욱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2011년에 등장한 하얀국물 라면은 그동안 넘지 못했던 1000원의 벽을 넘어서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프리미엄 라면은 시중가격 대비 최대 3배 이상 비싸지만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다. 판매 가격이 1400원인 농심의 신라면블랙은 지난해 판매 시작 15일 만에 300만개, 매출 3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풀무원이 2년 전 출시한 프리미엄 라면 '자연은 맛있다'(1500원)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 제품은 전체 시장에서 9위를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최근 출시한 호해면(1800원) 등을 포함한 5종의 신제품를 내놓고 프리미엄 대열에 동참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일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만 판매하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 대형마트·편의점 표 라면 춘추전국시대 = 농심·삼양식품 등 전통 라면회사는 물론 대형마트·편의점도 라면 경쟁에 돌입했다.
이마트는 2007년 10월 ‘맛으로 승부하는 라면’을 선보이면서 PB 라면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마트가 2007년 10월 선보인 ‘볶음짜장면’은 매콤한 맛과 달콤한 맛이 함께 나는 짜장 라면으로 월평균 9000만원어치가 팔린다.
홈플러스의 PB라면 중 인기 상품은 오뚜기에 위탁 생산해 2010년 9월 첫선을 보인 ‘홈플러스좋은상품 볶음짜장’이다. 지난해 판매량은 55만개로 홈플러스 PB 라면 중 1위를 차지했다. NB 상품을 포함해 홈플러스가 판매하고 있는 161개 라면 중에서는 27위에 올랐다.
롯데마트는 2009년 3월 삼양식품과 연계해 롯데마트 최초의 PB 라면인 ‘와이즐렉 이맛이라면’을 출시했다.
편의점업체 CU는 2004년부터 PB 라면을 팔기 시작했다.
GS25는 2006년 8월 내놓은 ‘공화춘자장’이 PB 라면의 시작이다. ‘공화춘 아주매운짬뽕’은 올해 들어 ‘육개장’ ,‘신라면’ 등을 제치고 GS25 컵라면 판매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2009년 5월 ‘라땡면’을 출시한 이후 다양한 PB 라면을 선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라면이 땡기는 날엔 이 라면’이라는 의미로 ‘라땡면’의 이름을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