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보다 딜레트, “골프는 기술이 전부가 아니다”[오상민의 골통로드]

입력 2013-03-2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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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홀 세 번째 샷이 컵에 맞고 그린을 벗어나자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는 질레트.(사진=PGA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타이거 우즈(미국)가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그러나 기자는 타이거 우즈에게 ‘골프황제’라는 수식어를 달지 않는다. 그는 골프기술 1인자일 뿐이다. 골프에서 플레이 기술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기록에는 없지만 매너와 에티켓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우즈보다 그레이엄 딜레트(31ㆍ캐나다)라는 선수에 눈길이 더 간다.

이름조차 생소한 그레이엄 딜레트는 2006년 프로 데뷔, 캐나다투어에서 3승을 경험했지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이 없다. 어지간한 골프마니아가 아니고서는 이 선수를 기억할 사람은 없다.

딜레트는 호쾌한 장타력도, 고감도 숏게임도, 막판 몰아치는 뒷심도 없다. 기술에서 우즈의 적수가 될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즈보다 그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기술했지만 골프는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매너와 에티켓이다. 지난 23일(한국시간) 오전 아놀드파마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가 TV를 통해 방송됐다. 인코스(10번홀)부터 출발한 딜레트는 3오버파로 컷 탈락 위기에 몰렸다. 버디 하나가 간절한 상황이었다.

▲캠벨이 행운의 이글을 성공시키자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있는 질레트(우).(사진=PGA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그러나 딜레트에게 아찔한 일이 일어났다. 딜레트는 6번홀(파5) 세 번째 샷으로 친 볼이 핀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갔다. 그의 공은 야속하게도 컵을 맞고 뒤쪽으로 튕겨 그린 사이드 프린지에서 멈춰 섰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한동안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린 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딜레트와 한조에서 플레이 한 채드 캠벨(39ㆍ미국)은 그의 옆에서 세 번째 샷을 시도했다. 굿샷이었다. 핀 앞쪽 약 1m 지점에 떨어진 공은 백스핀이 걸리면서 그대로 컵 안에 들어갔다. 행운의 이글이었다.

딜레트는 불운했고, 캠벨은 운이 따랐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그때 딜레트의 표정이 궁금했다. 카메라맨은 딜레트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의외였다. 딜레트는 캠벨을 향해 진심어린 미소로 축하해주고 있었다. 표정관리도 힘들었을 상황에서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골프황제’라 불리는 우즈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딜레트는 이전 샷에 대한 기억은 훌훌 털어버렸다. 그리고 그린에 올라갔다. 그린 가장자리 프린지에 놓인 공은 컵까지 약 20m다. 버디로 연결시키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딜레트가 퍼팅한 공은 컵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마법에 걸린 듯 컵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간절히 바라던 버디였다. 그는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이 버디 퍼팅으로 인해 딜레트는 본선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프린지에서 시도한 장거리 버디퍼팅이 거짓말처럼 컵에 들어가는 순간.(사진=PGA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그야말로 거짓말 같은 명장면이었다. 비록 자신은 불운했지만 상대선수의 행운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어떤 스포츠 명장면이 이보다 멋질 수 있을까.

우리 주변에는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 많다. 경쟁자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칭찬은커녕 시기와 질투, 이간질로서 상대방을 불행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만약 기자의 주변에 이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만큼 주변 사람을 칭찬해보게. 그러면 자네에게 곧 행운을 따를 걸세. 아니라고? 그럼 지금 당장 실천해보게. 자네에게 그럴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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