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자는 타이거 우즈에게 ‘골프황제’라는 수식어를 달지 않는다. 그는 골프기술 1인자일 뿐이다. 골프에서 플레이 기술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기록에는 없지만 매너와 에티켓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우즈보다 그레이엄 딜레트(31ㆍ캐나다)라는 선수에 눈길이 더 간다.
이름조차 생소한 그레이엄 딜레트는 2006년 프로 데뷔, 캐나다투어에서 3승을 경험했지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이 없다. 어지간한 골프마니아가 아니고서는 이 선수를 기억할 사람은 없다.
딜레트는 호쾌한 장타력도, 고감도 숏게임도, 막판 몰아치는 뒷심도 없다. 기술에서 우즈의 적수가 될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즈보다 그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기술했지만 골프는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매너와 에티켓이다. 지난 23일(한국시간) 오전 아놀드파마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가 TV를 통해 방송됐다. 인코스(10번홀)부터 출발한 딜레트는 3오버파로 컷 탈락 위기에 몰렸다. 버디 하나가 간절한 상황이었다.
딜레트와 한조에서 플레이 한 채드 캠벨(39ㆍ미국)은 그의 옆에서 세 번째 샷을 시도했다. 굿샷이었다. 핀 앞쪽 약 1m 지점에 떨어진 공은 백스핀이 걸리면서 그대로 컵 안에 들어갔다. 행운의 이글이었다.
딜레트는 불운했고, 캠벨은 운이 따랐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그때 딜레트의 표정이 궁금했다. 카메라맨은 딜레트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의외였다. 딜레트는 캠벨을 향해 진심어린 미소로 축하해주고 있었다. 표정관리도 힘들었을 상황에서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골프황제’라 불리는 우즈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딜레트는 이전 샷에 대한 기억은 훌훌 털어버렸다. 그리고 그린에 올라갔다. 그린 가장자리 프린지에 놓인 공은 컵까지 약 20m다. 버디로 연결시키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딜레트가 퍼팅한 공은 컵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마법에 걸린 듯 컵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간절히 바라던 버디였다. 그는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이 버디 퍼팅으로 인해 딜레트는 본선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우리 주변에는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 많다. 경쟁자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칭찬은커녕 시기와 질투, 이간질로서 상대방을 불행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만약 기자의 주변에 이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만큼 주변 사람을 칭찬해보게. 그러면 자네에게 곧 행운을 따를 걸세. 아니라고? 그럼 지금 당장 실천해보게. 자네에게 그럴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