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아 사유리 김부선…연예계 잇단 성상납 개념 발언 ‘시대 변했다’ [박진희의 세태공감]

입력 2013-03-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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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박진희 기자
“정말 지저분해서 못해먹겠어요. 정말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만 이렇게 지저분한 판에서는 싫어요”

2000년 대 초반, 스물 한 살의 젊은 여자 연예인이 연예계를 떠나면서 한 말이다. 당시만 해도 성상납 요구를 받았던 사실을 공공연히 알릴 엄두를 낼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냥 조용히 업계를 떠나는 것만이 상책이라면 상책이었던 시절이었다.

누구는 보컬 연습을 하다가 불려나갔다고도 하고, 누구는 식사 중에 호출을 받았다고 했다. 지켜보는 동료나 스태프들도 “안타깝다”며 혀를 찰지언정 관행처럼 굳어져 있는 업계의 행태를 막아설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성상납 비슷한 얘기만 나와도 연예계에서는 “일부의 행태”라고 발끈하고 나섰지만 꼭 일부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또한 일부에서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다수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쉬쉬하던 일이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올랐다. 탤런트 장경아는 지난 12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성상납으로 배역을 따내는 일부 연기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이 같은 사실이 22일 알려지자 인터넷은 아직도 끊어지지 않은 연예계 일부의 성상납 관행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1일 방송인 사유리가 한국에서 활동을 하면서 밤에 프로그램 캐스팅 문제를 거론하며 술자리에 부르는 경우를 언급해 화제가 된 직후다. 사유리는 성상납 요구를 받았지만 거절한 사연을 밝히며 함께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동료들의 사연을 전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하루 앞서 중견 배우 김부선도 과거 성상납 제의를 받았던 사실을 폭로했다.

여자 연예인들의 성상납 관련 폭로로 연예계는 뒤숭숭하지만 바람직한 현상으로 판단된다. 여자 연예인 스스로 성상납 제의로부터 자신을 지켜낸 사례를 밝힌 것이며 여전히 남아 있는 어두운 관행을 고발하는 셈이다. 쉬쉬하고 업계를 떠나던 때는 지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9년 연예계는 장자연의 사망으로 뒤숭숭했다. 故장자연은 한국에서 신인 여배우가 소속사 대표와 언론, 광고주 등에 의해 얼마나 이용당하며 참담한 삶을 살 수 있는 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연예계 성상납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린 이 사건을 통해 발언조차 금기시 됐던 성상납 문제를 언급하고 나서는 연예인이 속속 등장했다. 물론 한 두 명이 폭탄 발언으로 잠시 잠깐 잡음을 일으킨다고 해서 뿌리 뽑힐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해야 한다. 장경아, 사유리, 김부선이 성상납 관련 이야기를 할 때 등에 땀을 흘리며 긴장할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그들이 잠시라도 긴장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작은 변화다. 여자 연예인들은 좀 더 용감하게 성상납 문제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길이요, 후배들을 지켜내는 방법이다. 성상납 제안을 받은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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