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내몰렸다 살해된 탈북 여성의 비극

입력 2013-03-19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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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으로 차 배달을 갔다가 투숙객에게 목 졸려 살해된 탈북자 출신 다방 여종업원의 사연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한 다방에서 여종업원으로 일하던 탈북 여성 김모(45)씨는 17일 오후 11시 20분께 다방 인근 한 여관 객실에서 목 졸려 숨진 채 여관 지배인에 의해 발견됐다.

범인은 오후 2시께 여관에 투숙한 이모(34·무직)씨.

이씨가 경찰에서 밝힌 살해동기는 돈을 주고 성매매를 제안해 성관계를 갖다가 변태적 성행위를 요구했는데, 김씨가 욕을 하며 거부해 홧김에 목을 졸라 살해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18일 오전 자수해 범행 사실을 털어놓은 이씨를 긴급체포한 뒤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숨진 김씨는 2002년 언니 등 형제 3명과 함께 탈북했다.

중국에서 2년여 동안 머물다가 2004년 5월 캄보디아로 망명한 뒤 '남한 사회'에 대한 꿈을 안고 같은 해 6월 인천공항을 통해 남한에 들어와 정착했다.

2∼3년 전 탈북자 출신인 남자를 만나 가정도 꾸렸다.

혼인 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수원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제2의 인생'을 꿈꾸던 김씨의 삶은 오래가지 않았다. 남한 생활은 9년 만에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다방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16일부터 이틀간 나와 일했고, 20여일 전에도 이틀만 일했었다"며 "일자리를 구하려고 처음 찾아왔을 때 미용 일을 했었다고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탈북 여성들은 북한에서 제3국을 거쳐 남한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에 의뢰해 지난해 3∼8월 20∼50대 탈북 여성 1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26.4%(37명)가 주요 우울 장애로 의심되는 심리상태를 보였다.

응답자의 14.3%(20명)는 북한 체류 당시에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 성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제3국을 통한 탈북 과정이나 남한 정착 후 피해를 봤다는 응답자도 각각 17.9%(25명), 12.1%(17명)에 달했다.

당시 조사결과를 내놓은 김재엽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북한과 제3국 경유 과정뿐만 아니라 남한에 이주한 이후에도 계속 경험하는 폭력 피해는 탈북여성의 자립에 심각한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며 폭력피해 탈북여성에 대한 맞춤형 자립지원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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