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한테는 그럴 권리도 없어!”
독설과 음모가 난무(?)하면서 시작하는 ‘연애의 온도’는 헤어진 남녀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그린 영화다. 비밀 사내 연애를 해온 동희(이민기)와 영(김민희)은 헤어진 후 쿨한 척하지만 정작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법한 연애를 사실적으로 그린 덕에 극중 김민희가 내뱉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관객을 공감의 테두리 안에 가둬버리는 텍스트가 됐다. 이민기의 대사는 또 어떤가. 남녀를 불문하고 가슴에 절절하게 와서 박히는 순간 아직 웃고 있는 입꼬리가 무색하게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흐른다.
“워크숍 장면에서 동희(이민기)가 이미 끝난 사이인 영(김민희)에게 찾아와 난리를 쳐요. 옛 연인에 관한 안 좋은 소문에 발끈하는 동희 마음에 공감을 했죠. 놀이공원 장면도 100% 공감했어요. 재회한 연인이 감정을 참고, 참고, 참다가 터져나왔을 때의 그 대사들은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민기가 맡은 동희역과 나는 성별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의 감정과 대사에 공감을 많이 했고요.”
몇 번은 연애를 했을 법한 나이, 어느덧 서른두 살이 된 김민희는 연애의 법칙을 너무나 잘 아는 듯 무심한 얼굴로 영을 연기했다. 극중 영은 3년차 은행원으로 옛 연인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을 세운다. 아닌 척하지만 이별에 휘청거리던 그는 결국 또 다른 직장 동료와 해프닝을 만들고, 이 일은 동희와 재회하는 발판이 된다. 결국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무심한 듯 툭툭 내뱉는 대사와 행동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특히 자장면을 먹으며 주고받는 결혼 이야기는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지루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김민희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는 “많은 남자들은 여자들이 청혼을 받을 때 판타지를 갖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며 “극중의 일상적인 청혼이 더 현실적이어서 좋았다. 일상적으로 툭 던지듯 건네는 청혼을 받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개인적인 취향을 털어놓기도 했다.
상대 배우 이민기와의 호흡 또한 자연스러웠다. 특히 오래된 연인의 익숙한 스킨십에서는 “이민기가 세 살 연하이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 편안했다”고 말해 이민기를 당황스럽게 했다.
김민희와 이민기의 리얼한 연기 호흡이 돋보이는 ‘연애의 온도’는 헤어진 후 더욱 뜨거워진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연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오는 21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