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7번방의 선물’을 보고 나오는 사람들이 한 번 더 포스터를 본다. 다시 봐도 얼굴은 없다. 출연 배우의 이름을 확인하고 그제야 “아~” 한다.
최근 서울 홍대 근처 한 카페에서 배우 박신혜를 만났다. 하루에도 서너 차례 진행되는 인터뷰와 광고 촬영 스케줄로 힘들 만도 한데 환한 웃음을 건넨다.
‘7번방의 선물’ 포스터에 얼굴이 없던데 서운하지 않았냐라고 묻자 그녀는 “사실 좀 서운했다. 하지만 홍보전략 중 하나가 나의 출연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었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영화의 전개상 박신혜가 맡은 배역은 스토리텔러에 가깝다. 이야기의 흐름을 중간중간 연결하며 과거와 현실의 균형을 잡아 준다. 이런 역할에 대해 박신혜는 “주·조연과 이야기의 중심이냐, 아니냐를 떠나 대본이 아주 좋았다. 어른 혜승의 역할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류승룡, 정진영, 오달수 등 쟁쟁한 선배들과 같이할 기회가 또 있겠나”라고 말했다.
박신혜의 이 같은 생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녀는 ‘7번방의 선물’ 제작 발표회와 시사회에 참여하지 못했음에도 영화 안에서나 밖에서 조력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묵묵히 그런 역할을 한 박신혜는 ‘눈물 기폭제’가 됐다.
영화 상영 중 눈물을 훔치는 여성 관객들이 많았다. 눈물샘을 부여잡고 있던 남성 팬들도 종반부 그녀의 대사 “이용구(류승룡)를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한다”와 함께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눈물과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보고 울지 않은 관객이 누가 있었겠나.
남성 관객들의 우는 모습도 종종 보였는데 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박신혜는 “맞다. 남자분들도 엄청 운다. 시사회 때 어떤 남자분이 펑펑 울었다. 영화가 끝난 후 그분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찾지 못해 아쉬웠다”고 답한다. 이어 그녀는“남자들도 웃기면 웃고 눈물이 나면 흘리고 감정에 충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따뜻하고 밝은 기운으로 상대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그녀가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의 고독미였다는 생각에 의아했다. 그녀는 “예쁜 척 안 해도 돼서 좋았다. 꾸미지 않은 털털한 모습이 예뻤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 그녀는 은둔형 외톨이란 캐릭터와는 전혀 안 어울림에도 그 역할이 어색하지 않았다는 것에 놀라웠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 배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았다. 카멜레온 DNA가 그녀에게서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