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이후 문을 닫은 저축은행 수는 총 31개다. 이중 지난 2008년 2월 21일 퇴출 당한 분당저축은행을 제외하고 이명박 정부에서 퇴출 당한 저축은행은 30개다. 상황이 이쯤되자 한때 200곳을 훌쩍 넘었던 저축은행 수는 현재 90여개로 줄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한 시기는 지난 2011년부터다. 11차례에 걸쳐 26개의 저축은행이 퇴출됐다. 이달 초 서울, 영남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을 포함한 수치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1년 1월 삼화저축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결정한 것을 시작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11년 9월 제일, 제일2, 프라임, 대영, 에이스, 파랑새, 토마토 등 7개 저축은행이 퇴출됐다. 지난해 5월에도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 등이 부실기관으로 조치됐다.
횟수로 3년간 이어졌던 저축은행 부실사태라는 최악의 상황이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모양새다. 그러나 퇴출 위험은 아직도 도사리고 있다.
◇부실공포 끝났나?… 남은 저축은행 생존 몸부림 = 금융권에선 독자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 업계의 구조조정이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자본잠식률이 70% 이상인 저축은행들이 여전히 많아 상시 체제로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정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재무구조가 감독당국이 요구하는 건전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영업정지 등이 불가피하다. 현장에선 서울, 영남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추가 퇴출설이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저축은행 16곳 중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신라저축은행, 영남저축은행, 서울저축은행 등 4곳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현대스위스는 일본계 금융회사인 SBI홀딩스가 유상증자를 하기로 하고 경영권 인수를 신청한 상태이다. 신라저축은행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서 이번 퇴출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나머지 12곳 중 6곳은 현재 자본잠식률이 70% 이상으로 위험한 상황이다.
그동안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해 솔로몬, 토마토, 제일 등 자산 규모가 2조원이 넘는 저축은행 대다수가 퇴출됐다. 자산 1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 수는 2010년 말 29개에서 현재 14개로 급감했다. 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2010년 말 86조8000억원에서 현재 48조7000억원으로 44% 가량 감소했다. 부실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프로젝트파이낸스(PF) 대출은 2010년 말 17조4000억원에서 현재 5조원으로 약 71% 줄었다.
현재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은 자산 매각이나 증자 등을 통한 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신규 수익원이 마땅치 않은데다 부실사태가 지속되면서 소비자 신뢰도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구조조정 끝 보인다… 부실·가교저축은 매각은? = 최근 2011년부터 시작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면서 가교저축은행의 매각에 대한 관심 역시 다시 고조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올해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원활한 마무리를 위해 부실 저축은행 투입자금 회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교 및 계열저축은행 매각 효율성을 강화시키겠다는 의지다. 가교저축은행은 예보가 부실저축은행의 일부 자산과 부채를 이전받아 제3자에게 매각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저축은행이다.
지난해 신한금융지주로 매각이 완료된 예한별저축은행을 제외하면 현재 예보가 보유한 가교저축은행의 수는 6곳(예쓰·예나래·예솔·예한솔·예성·예주저축은행)이다. 여기에 서울, 영남저축은행의 퇴출이 확정된 가운데 가교저축은행의 추가 설립은 불가피하다. 예보는 지난 15일 서울, 영남저축은행을 각각 예주와 예솔저축은행으로 계약이전한다고 밝혔다. 이에 수익성 악화 또한 타개법이 잘 보이지 않아 구조조정이 마무리된다 해도 저축은행 매각은 쉽게 결정될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들 가교저축은행의 자산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4조9114억원이다. 전체 저축은행 90여 곳의 자산 48조7000억원의 10% 수준이다.
그러나 다음달 중으로 가교저축은행 2곳 이상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예보가 3년째 지지부진한 가교저축은행 매각 노력이 올해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이르면 3월 매각 대상 기관의 입찰공고를 낼 계획이다. 그러나 가격 문제로 일부 대부업체 외에는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아 또 다시 금융지주사에 떠넘기기식 매각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쉽게 주인을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저축은행 퇴출로 지난 18일 영업을 시작한 예주저축은행을 뺀 나머지 가교저축은행들은 최대 여섯 차례 이상 입찰공고를 냈지만 매각에 실패했다. 단독응찰로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거나 입찰가격이 예보가 정한 최저가격보다 낮아 유찰됐다. 또 우선협상 대상자가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교저축은행 매각이 부진한 것은 영업정지된 부실 저축은행이 늘면서 가교저축은행 숫자와 몸집도 함께 커졌기 때문”이라며 “금융지주사를 제외하면 소수의 대형 대부업체나 사모펀드만이 간간이 응찰하고 있어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로 매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