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토빈세 논란이 한창이다.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유럽은 토빈세 도입을 제도화하고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유럽에서 주식을 비롯해 채권·외환을 거래하면 세금을 내야 한다.
유럽은 앞서 지난 1980년대 스웨덴을 중심으로 토빈세를 시행했지만 실제 세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의 반발로 철회했다.
토빈세와 함께 논의되는 제도는 ‘로빈후드세’다. 막대한 소득을 올리는 기업과 투기세력에게 세금을 거둬 빈민층이나 극빈국을 지원하는 제도다.
탐욕스런 부유층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준 영국의 의적 로빈후드에서 이름을 빌렸다.
2010년 영국 국제빈민구호단체인 옥스팜이 캠페인을 벌이면서 이슈가 됐다.
2011년 월가에서 시작해 전세계 99%를 대변하며 주목을 끌었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에서도 로빈후드세를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 컸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이 주장한 부자세도 같은 맥락에서 화제가 됐다.
버핏은 지난해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내가 내는 세금이 내 비서보다 세율이 낮다”면서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을 버는 부유층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만 공화당이 반대하며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기도 했다.
토빈세와 로빈후드세·부자세가 글로벌 핫이슈로 떠오른 배경은 바로 금융위기 사태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이 붕괴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고 월가 주요 투자기관들은 무너졌다.
월가가 휘청거리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범으로 투자은행들이 지목되면서 금융계에 대한 반감은 극에 달했다.
막대한 자금으로 ‘돈놓고 돈먹기’ 식 사업을 벌인데다 파생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면서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융기관 규제론이 힘을 받았고 토빈세 역시 같은 맥락에서 논의됐다.
그리스를 시발로 유럽을 뒤흔든 재정위기 사태는 토빈세 논의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프랑스를 비롯해 주요국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거래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문제는 토빈세를 둘러싸고 최근 국제정세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무제한적인 돈풀기에 나서면서 본격화하는 환율전쟁이 신흥국에서의 토빈세 도입론의 배경이다.
신흥국은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거품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이른바 한국형 토빈세를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금융거래세의 목적은 세수 확충이지만 신흥국은 환율 방어와 시장 안정에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 안정이라는 순기능 보다는 인위적인 개입으로 시장 기능이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