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2일 해단식을 갖고 48일 간의 대장정을 마친다. 이번 인수위는 이명박 정부 때보다 열흘 가량 늦게 출범하면서 활동 기간이 짧았음에도 그 어느 때보다 뒷말이 많았다.
가장 큰 성과는 현 정부와 큰 마찰 없이 정권 인수인계를 무사히 마쳤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특사와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업무이관 문제에서 비롯된 일각의 잡음을 제외하면 무난했다는 평가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정권을 교체하며 출범한 반면 박근혜 정부는 새누리당에서 정권 재창출이 이뤄져 업무조율이 비교적 수월했다는 게 인수위 측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점령군’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과거 인수위와 달리 ‘낮은 인수위’를 표방하며 가급적 주어진 권한 범위 내에서 움직여 온 점은 다소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공무원들의 군기잡기나 월권도 많이 줄었다.
또 인수위의 최대 과제인 ‘17부3처17청’이라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단기간에 무리 없이 만들어 낸 것은 내세울 만한 치적이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소통 부재’가 꼽힌다. 인수위는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활동 일체를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국민들의 알권리를 차단했다. 기자들조차 인수위에 접근이 쉽지 않았고, 심지어 박 당선인을 배출한 새누리당조차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모든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모두가 불통이라는 데 인수위만 “소통해왔다”고 한 것도 불통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밀실인선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윤창중 대변인이 첫 인선 발표 때 인선 내용이 담긴 종이를 ‘밀봉’해 갖고 왔다고 밝힌 데서 비롯된 ‘밀봉인사’는 인수위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박 당선인은 최측근 몇몇을 제외하고는 주변과 인선을 논의하지도 알리지도 않았다. 누가 총리가 될지, 누가 장관이 될지 공식 발표 전 아무도 몰랐다고 해서 ‘깜깜이 인선’으로도 불린다. 내각과 청와대 인선 대부분이 언론의 예측을 벗어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이런 인사행태는 결국 부실 검증을 불렀고, 여론의 심판대에 오르며 사상 최초로 초대 총리 후보자(김용준 인수위원장) 낙마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박 당선인에겐 역대 대통령 중 같은 기간 지지율 ‘꼴찌’라는 오명을 안겼다.
인수위원이 중도에 ‘묻지마 사퇴’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최대석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인수위원으로 선임된 지 9일 만에 자진사퇴를 선언하고 자취를 감췄다. 인수위는 개인적 사유라는 것 외에 어떤 배경도 밝히지 않았고, 왜 사퇴했는지는 지금까지도 추측으로만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인수위에서 활동한 사람들 대부분은 48일간의 업무를 마치며 ‘성공한 인수위’였다는 소회를 밝히면서도 여론의 비판이 많았던 점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 인수위원은 인수위 해산을 하루 앞둔 21일 “인수위원 모두 주어진 임무에 충실했고, 그래도 성공적이지 않나 자평해 본다”면서 “그러나 여론의 칭찬과 비판이 많았던 걸 저도 알고 있다. 많은 것을 배워간다”고 했다.
다른 인수위원은 “후회 없이 열심히 활동했고, 평가는 국민들의 몫으로 남기고 싶다”며 “아쉬운 부분도 있고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아껴두는 것도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인수위에 관한 책을 쓰고 싶다”고 소회를 전했다.
당선인 비서실 관계자는 “많은 분들이 밤샘하며 노력했으나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여론의 많은 지적사항과 비판을 달게 받아들여 더 성숙한 정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