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팔뚝을 끊어내야
겨울을 건너는 슬픈 족속이 있다
전기톱에 가지 잘려나가는
송파대로변 플라타너스,
여름내 하늘 향해 진군하던 녹색 전사가
와지끈, 비명과 함께 팔을 내려놓는다
알 벗은 몸뚱어리만 남은 가로수
뿔 잘린 꽃사슴 같다
마취 침에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빼앗긴
벨벳 모자,
거리의 발자국 소리를 새겨놓은 것일까
톱날 지나간 자리마다 굴곡진 등고선이 드러난다
내면의 선명한 아픔이다
벨벳 방울 촘촘하게 빚어
바람 속에 걸어두려는 소망은 헛된 것이었을까
잎새 뒤에 촘촘히 새겼던 꿈 조각들
툭툭 부러진 공허가 트럭에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