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꽃’이라 불리는 기업공개(IPO) 시장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증권업계의 표정을 더욱 어둡게 했다. 증시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는 극도로 위축됐다.
여기에 투자자들이 공모주를 외면하면서 주식시장에 발을 들인 기업들도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며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잇따라 상장을 연기하거나 보류했다.
하지만 2013년 들어 지난 1월에만 7개 기업이 IPO 시장에 나서며 시장이 해빙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 1월 상장 도전기업, 지난해의 3배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일반공모주 청약에 나선 기업은 삼목강업, 포티스, 아이센스, 우리이앤엘, 아이원스, 코렌텍, 지디 등 7개사다.
아쉽게 올해 첫 새내기 주로 기대를 모은 삼목강업이 상장을 포기했지만 지난해 1월에 2개사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들 기업이 모두 코스닥시장에 입성할 경우 공모 희망가를 기준으로 대략 13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조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역시나 시장 활성화의 시작은 만만치 않았다. 올해 첫 상장을 시도한 자동차 부품업체인 삼목강업은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상장을 포기했다. 때문에 IPO 시장이 다시 냉각되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제기됐지만, 뒤를 이은 셋톱박스 제조업체 포티스가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을 기록하며 다시금 분위기를 다잡았다.
이어지는 시장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본격적인 IPO 확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대형주들도 상장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대형주들은 하반기나 돼야 IPO시장에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SK루브리컨츠, 현대로템 등이 상반기에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이 IPO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이르면 이달 중에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증시 환경을 이유로 상장을 미뤄왔던 미래에셋생명도 오는 8월 상장을 목표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증시에서는 올해 주식시장에 입성할 기업으로 산은금융지주, 동부생명, LG CNS, 카페베네, 현대엠코, ABC마트코리아, 애경화학, 해태제과, 롯데카드 등을 꼽고 있다.
또한 지난달 상장을 포기했던 삼목강업을 포함해 지난해 상장 준비를 하던 중 철회했던 현대오일뱅크와 포스코특수강, 삼보E&C도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경우 언제든지 상장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2곳을 제외하고 지난해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총 14개다. 이중 8곳이 상장 일정을 확정해 올 1분기 상장을 추진 중이다. 예심 승인 이후 6개월 이내에 시장에 진입해야 하기 때문에 나머지 6개 기업들도 모두 올해 상반기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이들 기업이 오는 2월 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3월 중 상장 첫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올해 1분기 중 최대 14개 기업의 증시 입성 가능성은 열려 있는 셈이다.
지난해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사람인에이치알의 경우, 기관 청약률 253대1, 일반공모 청약률 1058대 1을 기록했다. 상장 전부터 공모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사람인에이치알은 상장 이후 공모가(5000원) 대비 2배 이상 가격에 거래됐고, 지난해 9월에는 1주당 3만1200원에 거래되면서 2012년 베스트 IPO 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2012년 1분기에는 동아팜텍, 남화토건, 뉴로스, 휴비스, 빛샘전자 등 SBI모기지를 제외하면 총 6개 기업이 신규상장에 성공했다. 지난해 상반기 신규 상장한 기업은 총 9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신규 상장기업은 지난해 상장을 연기한 기업을 포함해 최대 90여개로 예상하고 공모 예상금액은 2조5000억~3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 활성화가 우선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13일 중소기업들의 코스닥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상장 특례업종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상장규제도 일부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 올해 IPO시장을 희망적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위는 한국거래소와 함께 주식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안 마련을 상당 부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금융위는 성장성이 높은 유망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당기순이익 10억원 이상, 매출액 50억원이나 시가총액 300억원 이상으로 돼 있는 코스닥시장 상장 요건 적용을 면제해 증시 진입 문턱을 낮춰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코스닥시장의 유·무상증자 제한 규정과 공시의무를 완화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으며, 난관에 봉착한 코넥스의 보완 방안 역시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도 성장성 높은 중소기업과 우량 기술기업의 시장진입 요건을 개선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 앞으로도 성장형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의 미래에 중점을 둔 심사로 가능성 있는 기업이 더 많이 상장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시장 상황이다. 실물경기와 주식시장 상황이 좋아야 IPO시장도 활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있는 기업들 중에서도 시장 상황으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다는 판단에 상장을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결국 기업공개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증시가 활기를 띠고 대어급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상장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이 상장할 때는 전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삼는데, 작년에 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기 때문에 상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