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의 취업 지원 TV프로그램인 ‘KBS 스카우트’를 통해 2명의 학생이 국내 최초 크루즈선사인 ‘하모니크루즈’에 당당히 취업했다. 합격자는 1명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하모니크루즈 측은 2등에게도 즉석에서 ‘입사증’을 수여하는 반전의 묘미를 보여 2배의 기쁨을 선사했다. 하지만 바다 위 승무원을 꿈꾸던 이들의 기쁨도 잠시, 결국 그들에게 돌아온 건 ‘권고사직서’ 한 장이었다.
사실상 크루즈 운항 중단에 들어간 하모니크루즈가 본격적인 인력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모니크루즈는 지난해 4월 입사 결정을 내린 2명의 고등학생에게 8개월이 지난 12월이 돼서야 출근을 결정한 데 이어 2개월 도 안 돼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인턴(계약직)으로 채용됐던 2명의 학생은 입사 2개월 째인 지난 30일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구조조정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지난 2월 국내 최초 크루즈선사로 화려하게 등장한 하모니크루즈는 400억원에 달하는 누적적자에 허덕이다 취항 1년 만인 2월부터 국제 크루즈 클럽하모니호(사진)의 ‘임시 휴항’을 결정했다.
하모니크루즈는 지난 22일 ‘선박 정비 및 서비스 재구성’의 이유로 잠정적인 휴항을 선언했지만 업계에서는 적자 누적으로 인한 운항 중단으로 풀이하고 있다.
크루즈선 1척으로 시작한 하모니크루즈는 운항 초기부터 순탄치 못했다. 초반에 배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수백억원 대의 투자가 이뤄졌고 초기 진출이라는 이유로 시행착오는 불가피했다.
초반에만 깜짝 특가 효과를 본 승객수 역시 초기 대비 감소했으며 지난해 계획 돼 있던 중국 및 러시아 진출도 진행해보지지도 못한 채 배가 멈춰 섰다.
국토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12월 말까지 크루즈 탑승객은 총 3만1327명이었다. 1회 운항당 평균 탑승인원은 513명으로 정원의 절반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비수기에는 크루즈를 찾는 승객이 300명도 채 안되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초기 투자 대비 낮은 수요, 제도적 문제 등의 이유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누적 손실액이 발생한 것이다. 회사측에서는 크루즈 법이 없어 카지노 등 기본적으로 크루즈에 설치돼야 할 오락 시설 허가를 받지 점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운항 중단까지 결정한 하모니크루즈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