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관객 연간 1억명 돌파, 1000만 관객 영화 2편 탄생, 400만 관객 기록 영화 9편…2012년 지난해 한국영화의 흥행부활을 알리는 화려한 숫자의 나열 행진이 계속됐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 보도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2012 영화 스태프 근로실태 조사보고서’에 적시된 숫자는 절망적이었습니다. 스태프의 평균연봉에서부터 체불 현황에 관련된 숫자들을 보면서 떠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2011년 1월29일 영화계의 한 인재가 자신의 꿈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서른 두살 젊디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단편영화 ‘격정 소나타’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최고은씨입니다. 최고은 작가는 생활고에 시달리며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숨진 채 이웃주민에 의해 발견돼 큰 충격을 줬습니다.
정부와 영화계 여기저기서 최고은 작가의 죽음을 계기로 영화 스태프들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하자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 목소리의 여진이 아직까지 남아있고 최고은 작가의 죽음의 충격의 여파가 여전한데 스태프의 상황은 더욱 더 열악해졌더군요.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 절망의 숫자의 행진을 한번 보시죠.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로 구성된 영화산업협력위원회가 지난해 9월24일부터 11월20일까지 영화 제작사대표, 스태프등 5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소득이 있었다고 416명의 소득은 1107만이더군요.
2009년 조사 때보다 114만원이 감소한 것입니다. 연출 분야 스태프는 평균 임금이 554만원, 시나리오 작가는 694만원이었습니다. 또한 스태프들은 연 1.95편의 영화에 참여하고 1년중 평균 6.9개월 일하고 5개월은 실업상태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한 응답자 554명중에 39.4%인 218명이 임금 체불을 당했다고 응답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으면서 체불까지 당하는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영화의 흥행전성시대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며 대기업 영화사의 수익이 급증하고 영화 스타들의 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사이 영화 스태프들의 처지는 더욱 더 나락으로 빠지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영화적 성과와 한류의 화려한 과실 선전에 열을 올릴 뿐 한국 영화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몸값이 상승하고 있는 영화 스타들의 스태프에 대한 격려는 영화제 수상소감의 형식적인 한 줄에 포함되는 것으로 끝납니다. 투자, 제작, 배급, 상영 등 수직계열화로 독과점을 하고 있는 대기업 영화사들은 수익창출에만 혈안이 돼 스태프 근로조건이나 대우 개선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영화를 비롯한 문화 콘텐츠 산업의 승패는 맨 파워에서 좌우됩니다. 열악한 근로조건과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 임금 등은 열정과 재능의 영화 스태프들을 영화판 밖으로 밀어내고 있습니다. 얼마나 영화계의 손실입니다. 그리고 그 손실은 오롯이 한국영화의 질의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열정과 재능 있는 최고은 작가가 그 능력을 발휘하지도 못한 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 한지 2년이 됩니다. 더 이상 제2의 최고은을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뛰어난 인재들이 영화계를 떠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