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론사가 부자들의 주된 관심사를 조사한 결과 절반 가까이가 ‘상속과 증여 등 부의 이전’(49%)을 꼽았다. 여기엔 사업을 잘 물려주는 것도 포함됐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자의 심리코드를 연구한 결과 “한국인이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은 자신이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고, 자녀가 높은 계층에 속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진짜 부자는 자녀 또는 후손에게 부를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중산층 또한 자신의 노후자금을 줄여서라도 자녀에게 학자금과 결혼자금을 대주고 싶어 한다.
상속을 성공적으로 하기란 매우 어렵다. 미국 MIT 대학의 백하드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재산을 상속할 때 실패율이 70%이며, 이는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라고 한다. 상속을 실패했다는 말은 자손들이 상속된 자산을 낭비하거나 잃어버리는 경우를 뜻한다. 주로 예상치 못한 세금, 자녀들 간의 다툼, 환경변화로 인한 손실 등을 실패원인으로 꼽는다.
노후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상속은 피할 수 없는 숙제다. 하지만 이제는 과연 자신의 은퇴설계를 어디까지 준비하고 나서 상속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무리하게 재산을 상속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고령화 위험을 안고 있는 자신과 배우자의 노후를 먼저 잘 준비해야 한다. 대충 재산을 물려주고 나서 자식들에게 노후자금이나 간병을 부담 지우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고령화시대 상속설계는 변해야 한다. 첫째, 재산을 물려주기에 앞서 부모의 은퇴설계를 완성해야 한다. 남은 여생동안 생활비가 안정적으로 지급되도록 우선 부부의 연금자산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부부가 같이 사는 기간뿐만 아니라 남편보다 10년 이상 홀로 살아가야하는 부인의 생활비도 준비해야 한다.
둘째, 고령으로 간병을 받아야 할 경우에 필요한 간병비나 의료비까지 마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 수명의 10% 정도는 건강하지 못한 시간이라는 점을 간과하기 쉽다. 하지만 노후생활에서 간병은 매우 큰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므로 이를 준비해야 은퇴설계가 완성된다.
셋째, 충분히 노후를 준비한 이후 자녀에게 상속 및 증여를 추진한다. 이때 재산뿐만 아니라 가문의 가치관이나 철학도 함께 물려줘야 비로소 성공적인 상속이 완성될 수 있다. 특히 가업을 승계하는 경우 경영철학과 경영역량을 물려주는 후계자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자손대대로 온 집안이 번영하는 것은 축복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고령화 시대에 노후자금으로 워낙 많은 비용이 예상되므로 상속이 쉽지 않다. 또한 부모들이 아껴서 상속을 하더라도 실패하는 비율이 적지 않다. 이제부터는 과거와 다른 상속방법이 필요하다. 미리 상속설계를 통해 세금을 절감하고, 자녀들이 물려받은 자산을 성공적으로 관리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외국에서는 재산과 더불어 부모의 가치관과 비전을 물려주는 높은 수준의 유산상속(legacy planning)이 유행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상속설계를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