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자정 무렵의 광화문 광장이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 지지자들로 붉게 물들었다. 박 당선인이 방문키로 한 서울 광화문 광장은 당선이 확실해진 19일 늦은 저녁부터 인파가 몰려들어 북적거렸다.
목도리든, 장갑이든, 털모자든 저마다 하나씩은 빨간색을 몸에 두르고 있었다. 발 빠른 노점상인들은 이미 자리를 펴고 월드컵 응원도구였던 붉은 머리띠 등 소품을 팔았다. 영하 8도의 추위에서 지지자들은 시린 발을 동동 구르며 새 대통령을 기다렸다.
새 대통령이 가까워지는 모습이 KT 사옥의 커다란 벽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지지자들은 박 당선인이 자택을 나와 여의도 당사로, 다시 여의도 당사를 나와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화면 속 당선인이 광화문 광장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환호성도 점점 커졌다.
이윽고 박 당선인이 도착하자 지지열기가 절정에 달했다. 인파도 부쩍 늘었다. 마련된 무대에 오른 박 당선인은 먼저 “추운 날씨에도 오랜 시간 기다리며 신뢰와 믿음을 보내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는 말로 자신을 향한 뜨거운 지지열기에 화답했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선거운동하던 중 큰 사고로 저를 돕던 소중한 분들을 떠나보낼 때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가장 보고 싶은 사람’으로는 “제 주먹만한 알밤을 들고와 쥐어주던 분”을 꼽았다. 군중 속에서 한 지지자가 “아버님이 제일 보고 싶겠지…”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박 당선인은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이 새 시대를 열 수 있도록 해 준 것”이라며 “보내주신 신뢰와 그 뜻을 마음에 새기면서 국민 여러분 모두 꿈을 이룰 수 있는, 작은 행복이라도 느끼며 살 수 있는 국민행복시대를 제가 반드시 열겠다”고 했다.
발언을 마친 당선인은 무대에서 내려갔지만 지지자들은 그 후로도 수십 분간 광장에 머물며 ‘대한민국 만세’와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했다. 목이 쉰 사람도 눈에 띄었고 감격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이도 눈에 띄었다. 군중 속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만세”라는 소리도 들려왔다.
지지자들은 ‘민생정치’에 대한 기대가 컸다. 성동구에서 온 황인제씨(65)는 목이 쉬었다. 그는 새 대통령에게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는 말을 해 주고 싶다”며 “청년실업도 해결하고 동서화합도 이루고 여태껏 약속을 지켜온 분이니 대통령이 된 후에도 꼭 약속을 지켜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군복을 입은 노인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지지자들이 보였다.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광장에 나온 젊은 부부도 있었다. 남편 석진욱 씨(33세)는 “흉악범죄에 대한 단호한 대책을 약속한 것과 투철한 안보의식을 믿고 박 당선자를 지지하게 됐다”며 “청와대에 들어가서도 이 부분을 가장 신경써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